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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윤희 서울시립대 세무대학원 교수 前 한국조세연구원장

지금까지 발전 원동력은 교육
최근 유능한 인재 양성 적신호
4차 산업혁명에 뒤처질 위험

대학등록금 12년째 강제 동결
예산의 많은 몫은 반값등록금
교육투자 혁신 없인 미래 암담

특별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세계 유례없이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훌륭한 인적자원을 배출할 수 있었던 교육의 힘이었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며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이끌고 갈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의 변화와 개선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 12년간 계속되고 있는 등록금 동결정책 등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 등으로 대학들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 등록금 동결정책은 우리나라 등록금이 미국·영국·일본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란 주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지출 현황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하의 분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9년 교육일람’에 제시된 2016년 자료를 기본으로 한다.

첫째,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교육 지출 비중은 2017년 5.39%로, OECD 35개국 중 15위인 중간 수준이며,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은 1.74%로 상대적으로 상위인 10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구매력지수 적용 환율로 계산할 때 자료가 제시된 34개국 중 27번째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교육에 대한 총투입 규모는 작지 않은 데 비해 대학생 1인당 교육비의 크기가 낮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의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원인이 있다.

둘째, 대학생 1인당 교육비를 재원별로 구분해 보면 등록금 등 민간의 부담은 7번째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미·영·일 등의 부담은 우리의 2∼3배에 이른다. 그 반면 정부 부담은 우리가 칠레와 콜롬비아 다음으로 낮은 32번째로 최저 수준이며,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17개국은 학생 1인당 국비 재원이 우리의 2∼12배나 된다.

한편, 고등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많은 부분은 국가장학제도 운영에 투입된다. 그런데 2020년 예산의 경우 4조2000억 원으로, 일반회계 고등교육예산 11조1000억 원의 38%에 육박한다. 결국, 정부가 부담하는 고등교육예산의 많은 부분은 실제 교육사업에 지출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학생과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 사용되고 있다. 즉, 이를 통해 이른바 반값등록금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기준중위소득의 130%에 해당하는 소득 6구간까지 사립대 평균등록금의 거의 절반인 368만 원을 지원받으며, 월 소득 950만 원의 8구간도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이 된다.

셋째, 교육 수준별로 비교할 때 OECD 회원국 중에서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 지출 규모가 초·중등교육보다 낮은 유일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 등 7개국은 고등교육에 2배 이상을, OECD 국가들은 평균 1.7배를 지출하는 데 비해 우리는 초·중등 교육비 지출의 0.9배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근본 이유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79%와 유아교육 지원분을 제외한 교육세가 초·중등교육에 할당된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2010∼2018년 8년 동안 초·중·고 학생 수는 753만 명에서 558만 명으로 28% 줄어든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2조6000억 원에서 56조6000억 원으로 74% 늘었다.

따라서 우리의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시대 대학들은 발 빠르게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최첨단의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국가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반값등록금 정책 못잖게 중요하다. 둘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 교부금은 1972년 도입 이래 계속 확대되면서 초·중등교육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고, 초·중등 학생 1인당 교육 지출 수준이 대학생에 대한 지출을 넘어선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아교육 및 초·중등교육과 더불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등 교육 전체를 균형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모든 교육과정을 균형 있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지원해 국가의 가장 큰 자산인 역량 있는 미래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