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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리더십의 패싱 논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시장 혼란을 부르고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컨트롤타워(사령탑)’ 문제가 지목된다.

컨트롤타워인 경제 부총리가 세제, 부동산, 금융 등의 주도권을 청와대, 여당,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 등에게 뺏기면서 사실상의 ‘패싱(passing·건너뛰기)’ 논란에 휩싸인 결과다. 이는 비교적 시장을 잘 알고 정책적 접근에 기술적인 관료 그룹과 지지층의 표심이 우선인 정치권력 간 불협화음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현 정부에서 경제 컨트롤타워였던 5명의 경제 부총리 가운데 관료 출신은 박근혜 정부의 현오석, 문재인 정부의 김동연 전 부총리와 현직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3명이다. 전직인 두 부총리는 관료 출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정치권의 견제 속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악전고투했다. 현재의 홍 부총리도 청와대의 눈치를 너무 보는 ‘예스맨’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성과도, 존재감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이 나온다.

11일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때는 김동연 당시 경제 부총리가 아닌 여당 의원 출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면에 나서 브리핑을 했다. 중요한 부동산 정책 발표는 통상 경제 부총리가 맡아왔던 전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라 ‘부총리 패싱’ 논란이 벌어졌다. 또 김 전 부총리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누차 말했지만, 이듬해 9·13 대책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인상이었다.

청와대는 경제 부총리와 주무 장관의 엇갈린 메시지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자 2018년 12월 홍 부총리 취임 당시 ‘경제 원톱’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시장에서는 규제 개혁 전문가인 홍 부총리가 공유경제 등 논란이 된 규제도 타파하길 기대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력에 번번이 물러섰다. 그의 의도와는 달리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일도 생겼다. 민간 건설 투자 감소를 이유로 반대했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국토부에, 제주 제2 공항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환경부에, 원격진료를 비롯한 의료서비스 혁신은 의료계를 의식한 여당에 밀려 추진하지 못했다. 또 공유경제 활성화의 목적으로 시행한 카풀 서비스 확대도 정책 주도권이 기재부에서 국토부로 넘어갔다. 경제성장률 추락, 민간 투자 실종 등 한국 경제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했지만 정작 소방수로 나서야 할 ‘경제 사령탑’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지난해 5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나눈 “공무원들이 말을 안 듣고 엉뚱한 짓을 한다”는 대화가 화제가 됐다. 청와대와 여당의 관가(官街) 견제 수준과 인식을 가늠할 수 있다. 그 당시 공무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경제 부총리가 제대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추락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