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진단시약 제조 5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진단 시약 제조업체인 코젠바이오텍 연구원들이 진단 시약을 제조하고 있다. 뉴시스

“승기잡았다” 이튿날 4명확진
대량감염 사태 경고등 켜져
무증상자 검사 대상 제외등
한박자씩 늦은 대응 여전해

학계 “심각 단계로 상향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20명을 넘어서면서 대량감염 사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감염병 재난위기경보 수준을 ‘경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어 학계에서는 정부가 더 강력한 대응 태세를 보일 것을 경고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정부는 지난 4일 우한 폐렴에 대한 감염병 재난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세균 국무총리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 참석한 6일 오전까지도 아직 상향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한 폐렴의 23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현재까지도 아직 지역사회 대유행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는 얘기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경계 단계와 심각 단계를 가르는 기준으로 경계 단계는 지역사회 확산이 시작되는 단계이고, 심각 단계는 전 사회적으로, 범사회적으로 지역사회 확산이 돼 있는 상황을 말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지금까지의 한 박자씩 늦은 대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23번 확진자는 중국의 음력 설인 춘제(春節)를 맞아 지난달 23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으로 나타났다. 12, 16, 17, 19번 확진자에 이어 또다시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가 국내에 나타난 사례다. 23번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입국해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됐다가 전수조사 기간 14일 중 마지막 날인 5일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23번 확진자도 앞선 제3국 입국 감염자와 마찬가지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자’였던 것으로 나타나 그동안 보건 당국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던 방식이 안일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문제는 증상이 나타나도 보건당국이 우한과의 연관성이 적으면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으면서 감염자들이 의도치 않게 여러 접촉자를 양산했다는 데 있다. 12번 확진자는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666명을 접촉하고, 아내인 중국인 여성도 감염되면서 ‘슈퍼 전파자’ 우려를 낳았다. 16번 확진자도 21세기 병원 등에서 306명을 접촉했다. 17, 19, 23번 확진자의 경우 아직 방문지와 접촉자 수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진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돼 지역사회 전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는 5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 상황은 질병관리본부가 설정한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에 정확히 부합하는 상황이 됐다”며 “시급히 단계를 상향 조정해 범정부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논문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긴박한 상황인 만큼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2∼3일 안에는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선형·최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