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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창우 前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산 권력도 수사하는 검찰총장
죽느냐 사느냐 국민 관심 집중
누를수록 尹총장 더 성장할 것

조국 사태 이후 善惡대결 선명
공소장 봉쇄해도 진실 못 숨겨
현 정권 ‘맥베스 비극’ 닮아가나

윤석열 검찰총장이 죽느냐 사느냐,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그는 버텨낼 것인가. 문재인 정권은 1·8 인사 대학살로 그의 손발을 잘라내고, 1·23 인사에선 몸통까지 꽁꽁 묶었다. 머리만 남은 그는 곧 죽을 것 같다.

이렇게 보는 건 순진한 생각일까. 정권과 검찰의 싸움이라면 정권이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결과는 뻔하다. 그러나 이번 싸움은 정의와 불의의 싸움, 선과 악의 싸움이다. 심판자인 국민이 악의 손을 들어 줄 리 없다.

정권은 이미 불의(不義)에 물들어 있다. 조국 사태에서 조국과 가족의 온갖 비리가 드러나 국민이 분노했다. 과정의 불공정, 기회의 불평등은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정권의 이념은 크게 손상됐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뇌물 수수 사실을 알고도 덮어 조국 전 민정수석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기소돼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혔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수석과 비서관 등 13명이 기소됐다. 이 선거 부정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법무부가 관례를 깨고 공소장 공개를 틀어막았을까. 그런다고 진실이 가려질 리 없다.

정권의 실세들이 조직적으로 불법에 개입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의 처지인데도, 청와대는 두 차례 인사를 단행해 윤 총장의 대검 참모들과 수사진을 대부분 좌천시켰다. 피의자가 검사를 쫓아내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참사가 벌어졌다. 수사 방해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권력의 횡포였다. 검찰 역사상 가장 나쁜 인사 선례로 남았고, 나라의 법치는 무너졌다.

이런 사법 방해는 미국 같으면 대통령 탄핵 사유인데도 법무부는 ‘검찰 개혁’이라고 둘러댔다. 후안무치(厚顔無恥)가 따로 없다. 이 일로 법의 영역에 있던 검찰 인사가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정치는 명분으로 한다. 권한을 따지는 건 명분이 아니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인사권이 있다고 하는 건 명분이 없다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로 부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몇몇 검사장은 자리를 받은 소임대로, 청와대 인사들에 대한 기소를 결재하지 않고 뭉개거나 반대했다.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는 검사라면 당연히 할 일이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의 기소 지시를 어기자 차장검사 전결로 기소한 일을 두고 법무부는 검찰청법과 위임전결 규정을 위반했다며 감찰하겠다고 했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라야 하고(제7조), 검찰총장은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2조) 위임전결 규정은 법 아래의 내부 규정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누가 감찰을 받아야 하는지 분명하다. 그런데도 최 비서관은 공수처장 임명이라도 받은 듯 윤 총장을 향해 공수처가 설치되면 수사할 것을 기대한다고 엄포를 놨다. 공수처를 왜 만들었는가. 그동안 감춰온 발톱이 드러났다. 검찰총장도 이렇게 당하니 힘없는 국민은 얼마나 머리를 조아려야 하나.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정권의 무소불위가 더 무섭다.

이번 검찰 인사 참사를 지켜본 국민은 벌써 동요하기 시작했다. 민심을 모르는 건 권력인 것 같다. 이제 총선이 7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정권의 운명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를 닮아가고 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에서 원칙을 고수하다 수년간 한직(閑職)을 전전했다. 그는 이 정권 초 소신을 인정받아 부활한 검사다. 그는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검찰이 선을 넘었다’며 핍박받고 있지만, 아무리 산 권력이라도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신념은 변함없어 보인다.

지금 그에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다. 그는 살아 있는 권력의 악을 단죄하는 마지막 검사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창을 단순히 법으로 만든 무기로 봐선 안 된다. 그의 창은 선(善)으로 포장된 악(惡)을 뚫을지 모른다. 권력이 그를 누를수록 그는 점점 커 보인다. 그가 정권과의 대결에서 명예롭게 죽는다면 그는 정치에서 엄청난 힘으로 또 부활할지 모른다. 정권과 윤석열의 싸움. 시작은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결과는 이미 나온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