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검사동일체의원칙과 관련한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검사들의 내부행사에서, 검찰총장은 “검사들은 검사동일체의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므로 책상이 바뀌더라도 본질적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했다. 반면, 법무부 장관은 “검사동일체원칙은 법전에서 사라져 상명하복 관계가 지휘·감독 관계로 바뀌었으니, 검사들은 이의제기권 행사 등 다른 의견수렴절차를 준수하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말처럼 들리지만, 어느 쪽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2004년 검찰청법 개정 때 ‘검사동일체원칙’이란 용어가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바뀌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는 표현은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수정됐다. 또,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이 부당한 경우의 검사 이의제기권을 명시해 검사의 독립성을 지원한다.

그러나 검찰총장·검사장·지청장이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승계받아 처리하게 할 수 있고, 자신의 직무도 다른 검사에게 위임시킬 수 있게 한 규정은 그대로 존속되고 있다. 이 규정이야말로 검사동일체원칙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법학자들은 검사의 이의제기권 인정으로 검사동일체원칙이 완화됐지만 폐기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검사는 단독제 관청이므로 심지어 상사의 내부 결재도 받지 않고 단독으로 공소 제기 등 사건 처리를 하더라도 소송법상으로는 유효하다. 따라서 전국 검사들 간 사건 처리의 공평을 기하고 검사 직무의 연속성·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하관계의 검사 조직을 구성하고 지휘·감독 관계와 검사 직무의 위임·이전·승계를 내용으로 하는 검사동일체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상급자가 지휘·감독 관계를 악용해 부당한 지시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검사의 이의제기권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정치인인 법무부 장관이 검사의 사건 처리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물론 검찰총장도 검사이므로 그러한 장관의 지휘·감독이 부당하다면 이의를 제기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은 여당 정치인인 법무장관의 지휘라면 부당한 내용일지라도 순응해 버릴 가능성이 크고, 이는 검사동일체원칙을 통해 일선 검사의 중립성·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을 폐지하자는 법학자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법무장관은 최근 검찰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기소를 ‘날치기 기소’라 비난하고, 울산시장선거 관련 청와대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 부장검사에 대해 좌천성 인사를 했다. 또, 국회의 공소장 공개 요구에 불응하는 등 정치 편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장관 자신이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침해하면서 검사들에게 상급자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라고 종용하며 검사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사명과 책임이 있는 검사가 진실 규명을 위해 살아 있는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리고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므로 적어도 재판이 확정되기 전에는 아무도 속단해선 안 되며 검사의 기소권은 존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