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잘못된 교육정책은 잘못된 경제정책보다 훨씬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재가 수십만,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시대인데….”

홍성대(사진) 전주 상산고 이사장은 3일 교육부가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등을 일괄 폐지 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 경제정책 실패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빗대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홍 이사장은 특히 “자사고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오랜 숙의 과정 끝에 도입된 학교”라며 “하루아침에 주요 교육 정책을 뒤엎고 학교(자사고)를 폐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는 “국민 숙의 기간이나 토론 과정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시행령으로 교육 틀을 바꿔 버리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하고 따르겠냐”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널뛰기’ 교육정책은 자신들이 비판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국회에서 ‘구체적인 법률’로 자사고 등 관련법을 확정해 ‘시행령’으로 교육 정책을 흔들 수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고등학생 조기 해외 유학, 강남 등 수도권 교육 특구화, 사교육 열풍, 이에 따른 부동산 광풍 등 불합리한 사회 병폐를 없애기 위해 자사고와 특수목적고 제도를 만들었는데, 교육 불평등 운운하며 자사고를 ‘사회악(惡)’으로 낙인 찍어 놓고 내쫓고 있다고도 성토했다.

국민 여론 조사에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에 찬성률이 높게 나오는 점에 대해 홍 이사장은 ‘세금을 내지 말자’ ‘시험을 없애자’고 하면 국민이나 학생들은 당연히 찬성률이 높게 나올 것이라고 지적한 뒤 “중요 교육 정책은 국가 백년대계를 보고 전문가들의 의견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여론을 청취하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국민 숙려·협의 기간을 거쳐 단계적으로 정책을 변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걱정이 많이 되는데, 제일 먼저 국가 백년대계를 걱정해야 할 사람은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고 교육부 장관이다”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와야 할 것이고, 역사적 평가와 책임도 벗어 날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홍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자사고가 유지 되는 순간까지 학교 경영에 몰두하겠다”며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가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상산고는 홍 이사장이 1981년부터 사재 수백억 원을 출연해 설립했다. 그는 설립 이후에도 한 해 20억∼30억 원의 전입금을 학교에 투자했다. 수험생 필독서로 여겨지는 ‘수학의 정석’ 판매 이익의 상당액이 학교 운영에 들어가고 있다.

홍 이사장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개인 출연금으로 좋은 학교를 운영하겠다는데 정부가 가로막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요즘 정부 행태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주=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