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뮤지컬 관람·맛집…새해계획 미루게 했던 것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바라는 소망을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가 된 후 지난 한 달간 내가 가장 많이 들었고, 건넨 말이다. 필자는 올 한 해만큼은 첫 시작부터 작지만 실천 가능한 일들을 차근차근히 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첫 장거리 비행근무로 뉴욕 일정이 나온 걸 보고는 대대적인 궤도 수정을 했다. 설 연휴가 지난 후로 목표를 미룬 것이다. 그러고 싶을 정도로 뉴욕은 다채롭고 흥미 있는 도시다. 뉴욕 비행 근무가 나오면 승무원들은 13∼15시간가량의 실제 비행시간이 무색할 만큼 도시를 흠뻑 즐기고 오는 경우가 많다. 세계의 문화, 경제, 쇼핑, 음식의 중심지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뉴욕에서는 하루하루의 일정이 부족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들을 골라서 볼 수 있는 브로드웨이에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 많이 공연되고 있어 하나만 고르기가 어렵다. 한 팀에서도 기본 3∼4명의 승무원이 뮤지컬을 보고 오기도 하는데 모두 제각각 보고 싶은 작품이 달라 결국 따로따로 갈 정도다.

뮤지컬 관람 후에는 뉴욕의 맛집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뉴욕 32번가의 한식당들은 줄을 서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높은 인기가 있음을 실감한다. 이렇게 한식을 먹고 나서는 근거리에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들로 향하게 된다. 식당가에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의 작품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폴 세잔,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잭슨 폴록 등의 현대미술과 팝아트를 감상할 수 있는 뉴욕현대미술관 MOMA(The Museum of Morden Art)가 있다. 엄청난 작품들을 감상한 후에는 좀처럼 그 감동이 가시지 않아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같은 미술관을 방문하곤 한다.

그 근처에는 미국의 국보이자 아이콘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있다.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는 건물의 위엄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앞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뉴욕에 온 것이 실감 난다. 이토록 매력적인 도시로의 비행이었기에 새해 나의 계획을 미루는 것이 당연했다는 행복한 결론을 내리며 다른 시기 다른 시간 뉴욕으로의 근무를 벌써 기다려 본다.

대한항공 승무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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