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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당 위원장 “축제의 날”
자유민주당 “슬프고 우울하다”
빅벤 타종 여부도 갈등의 불씨

오는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시행을 코앞에 뒀지만 영국사회는 여전히 둘로 갈라져 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찬성 52%, 반대 48%의 표를 던진 영국인들은 브렉시트 기념행사와 주화(사진) 등을 놓고 양분된 모습이다. 28일 BBC,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6일 브렉시트 기념주화가 공개되자 유통 시작 전부터 브렉시트 반대진영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시작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해 발행한 ‘평화, 번영 그리고 모든 나라와의 우정’이라는 문구를 새긴 50펜스(약 750원)짜리 동전을 공개했다. 주화에는 브렉시트 예정일이자 화폐 유통 시작일인 2020년 1월 31일이 새겨져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공보수석이었던 앨러스테어 캠벨은 “새 50펜스 동전을 받는 대신 가게 주인에게 20펜스 2개와 10펜스 1개를 요구할 것”이라며 사용거부 의사를 밝혔다. 영국 최남단 도버해협의 절벽 화이트 클리프에 붙어 있는 ‘우리는 여전히 EU를 사랑한다’는 현수막도 논란이다. 친EU 성향인 자유민주당의 앤서니 훅 유럽의회 의원이 1만3000파운드(약 2000만 원) 이상을 모금해 이 현수막을 걸었다. 친브렉시트 성향의 내털리 엘피크(보수·도버) 의원은 32㎞ 떨어진 곳에 “우리는 영국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브렉시트 기념행사를 두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31일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는 지지자 수천 명과 함께 브렉시트 기념식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시계탑 빅벤 앞에서 노래와 연설, 새해 전야제 형식의 카운트다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리처드 타이스 브렉시트당 위원장은 “아주 중대한 사건”이라며 “민주적 의지에 대한 축제고 이를 기념하는 건 옳다”고 말했다. 반면 자유민주당의 토니 그리브스 의원은 “브렉시트로 영국에 사는 EU 회원국 국민은 가족을 잃은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슬프고 우울해 할 것이며 (브렉시트를) 축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빅벤 타종 여부도 갈등의 불씨다. 친브렉시트 의원들은 브렉시트를 기념하기 위해 빅벤을 타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보수공사 중인 빅벤 타종을 위해서는 50만 파운드(약 8억 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면서 의회는 이를 불허했다. 이에 보리스 존슨 총리는 비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 방안을 제시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EU 탈퇴 진영의 최대 기부자였던 기업인 애런 뱅크스가 5만 파운드를 기부하는 등 현재 모금액은 20만 파운드를 넘어섰다. 다만 하원은 재정기부에 관한 의회 규제를 이유로 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1·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했던 것처럼 교회 종을 울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영국 교회종중앙협의회는 “정치적 이유로 타종을 승인하지는 않는다”며 거부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