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채택된 현행 헌법이 ‘대통령 단임제’를 채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은 정파적 이해를 떠나 오직 국가 발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국정을 펼쳐야 한다는 당위성에 있다. 대통령도 정치인이고, 소속 정당이 있는 만큼 현실 정치에 완전히 초연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최대한 그런 노력을 우선시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정반대다. 비서관·행정관 등 70여 명이 4월 총선 출마를 이유로 청와대를 떠났고, 4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출신임을 밝힌 예비후보도 60명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28일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예비후보 396명 가운데 100명이 넘는다. 적잖은 인사가 무자격·낙하산 논란을 빚었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그들이 재임 중에 과연 국정에 전념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경우는 이런 ‘출마 징검다리용 공직’ 논란도 넘어선다. 출마 희망자들을 상대로 한 ‘명함팔이’ 의혹까지 농후하기 때문이다. 균발위 출신으로는 위원장과 대변인, 민간 전문위원 15명, 국민소통특별위원 36명이 무더기로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균발위는 지난해 10월 국민소통특별위원을 11명에서 350명으로 대폭 늘렸지만, 새로 위촉된 위원들은 단 한차례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위촉 과정과 전체 위원 명단도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명단 일부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이런 행태는 ‘총선용 직함’ 남발 아니면 설명하기 힘들다.

문재인 대선 캠프 출신인 송재호 전 균발위원장은 지난 16일 공직자 사퇴 시한을 넘긴 뒤 별도 유권해석을 받아 출마를 선언했다. 균발위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철호 울산시장 출마 예정자에게 직제에도 없는 고문직을 맡겨 논란이 됐고,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청와대에서 균발위를 담당하는 자치발전비서관실은 검찰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정부 조직이 아니라 정치 조직으로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