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을 적극 지지했던 인사들이 최근 “검찰을 무력화시켜 놓았으니 문(文) 패밀리들이 제 세상 만났다. 그동안 해왔던 못된 짓을 앞으로 더 큰 규모로 할 것”(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문재인 정부는 한마디로 부패 카르텔 체제” (김경률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라고 비판했는데, 실제로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난 21일 ‘1호’ 정강·정책 방송연설자로 내세운 것은 물론, 출마까지 권유한 것은 상징적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6일 임 전 실장을 만나 출마를 요청하고, 22일에는 “당에 모시려 한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 하명 수사 및 후보자 매수 의혹 등 ‘울산시장선거 공작(工作)’ 사건의 혐의자로 검찰의 조사 요청까지 받았지만 불응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의 극치다. ‘제도권 정치를 떠나 민간 영역에서 통일운동’ 운운했던 취지까지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임 전 실장은 공식적으로는 불출마를 고수하지만 이런 전반적 움직임 자체가 고도의 ‘정치 행위’로 볼 수 있다. 진 전 교수가 “감 잡고 도망쳤던 임종석이 벌써 돌아왔다”고 개탄한 배경일 것이다.

같은 사건 피의자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도 공천을 신청했다. 범죄 혐의가 뚜렷한데도 ‘명예 회복’을 출마 사유로 내세운다. 최소한의 염치도 도덕성도 안 보인다. 상식의 눈높이에서는 범죄 혐의를 희석하거나 수사를 저지하려는 방탄용으로 비친다.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부동산 투기로 물러났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도 있다. 사면 등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한다고 해서 죄책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