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흐 “美주도 연합군에 빚져”
민병대 “이라크 주권 존중않는
트럼프와 악수할수 있나”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 만나 이라크 내 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압박했다. 살리흐 대통령은 자국 내 철군 목소리를 전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 수습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이라크 내에서는 살리흐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불어 이라크 내 반정부 시위도 다시 거세져 폭력사태로 비화하고, 이라크 내 여론이 친이란과 친미로 갈라지는 등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22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이라크와 미국 정상 간 회담에 대해 미 백악관은 “미국과 이라크의 지속적인 경제·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두 지도자가 동의했다”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수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비해 이라크 대통령실은 자국 내 반미 여론을 의식한 듯 “외국 군대의 감축과 주권을 지키려는 이라크 국민의 요구를 존중하는 중요성이 회담에서 논의됐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살리흐 대통령은 회담 뒤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라크 의회의 미군 철수 요구에도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살리흐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 연설에서 “이라크는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맞서 군사적, 경제적 도움을 준 미국 주도의 국제연합군에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한 뒤 이라크 의회의 미군 철수 요구에 대해서도 “적개심의 신호가 아니며, 대화를 통해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카타이브-헤즈볼라(KH)를 비롯한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지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무함마드 모히 KH 대변인은 “심히 모욕적이며 이라크인들의 피 흘림에 대한 고려가 없는 회담이었다”며 “트럼프는 이라크 국민에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살리흐는 어떻게 이라크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과 악수를 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그가 바그다드에 돌아오지 말고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라크의 또 다른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알누자바 여단의 나세르 알샤마리 부사무총장도 “우리는 더 이상 살리흐를 우리의 대표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라크 내 반정부 시위도 다시 불붙고 있다. AFP 통신은 22일 이라크에서 청년들이 주축이 된 시위가 일어났으며, 이들이 외세의 이라크 내정 간섭에 반대하며 정부 개혁과 부패 청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보도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