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서 사스급 바이러스 발병 인체 감염 가능성”

변종발생 쉬워 백신 개발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위치한 바이러스 연구소가 5년 전에 이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급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1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실린 ‘박쥐에서 발견된 사스 유사 코로나바이러스군이 보여주는 인간 감염의 가능성’ 보고서는 “중국 박쥐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군이 인체 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사스를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2000년대 초반 벌어진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각국에서 공동으로 참여한 이 연구에는 우한시에 위치한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도 참여했다. 해당 연구소는 중국과학원 산하로, 2003년 사스 사태를 계기로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주도해 오고 있는 곳이다.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 서식하는 박쥐에는 사스의 ‘친척’ 정도에 해당하는 여러 종류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상시 순환하고 있다. 연구진이 박쥐에서 추출한 코로나바이러스 표본을 조사한 결과, 해당 바이러스는 인체의 기도 세포에서도 효율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고, 감염병 증세를 유발할 수 있었다. 또 사스에 적용한 면역 및 예방 치료를 해당 바이러스에 시험해 봤으나 별다른 효능을 보이지 않았다. 우한 폐렴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사스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이번 우한 폐렴의 원인도 박쥐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고 사스와의 유사도가 80% 이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종 발생이 쉽고 전체 변종에 대응할 슈퍼 백신도 존재하지 않아 백신 개발 자체가 매우 어렵다. 현재로선 박쥐와의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고 포획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등의 예방 대책 강화가 시급하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