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에 드러난 ‘유재수 감찰 무마’ 행태를 보면 문재인 정권이 왜 검찰 무력화(無力化)에 막무가내로 나서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전(前) 정권에 적폐 청산을 위해 권력의 칼을 휘두르면서, 뒤에선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유재수의 비위가 크게 알려지면 안 된다”는 등 문 대통령 측근들이 총출동해 비리 덮기를 시도한 이중성이 너무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전 정권을 처벌할 때는 박수 치다가 자신을 겨누자 수사 검사들을 좌천시키고, 조직마저 없애려고 하는 것이야말로 국정을 사유화하는 농단의 전형(典型)이다. ‘내로남불’ 식의 도덕적 파탄을 넘어 국가 사법체계까지 교란한다는 측면에선‘최순실·십상시 국정농단’보다 훨씬 심각한 최악의 사례에 속한다.

공소장에 따르면, 2017년 10월 당시 유재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입수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은 4차례 감찰을 실시해 금품 수수 사실을 확인했다. 유 씨는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에게 감찰 무마와 금융위 국장 자리를 계속 유지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이들은 백원우 민정비서관에게 “고생을 같이한 사람” “나와 가까운 사람” 등의 이유로 감찰 무마를 청탁했다. 백 비서관은 담당자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부탁했지만 “수사 의뢰까지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거절하자 조 전 수석에게 부탁했고, 조 전 수석은 감찰 중단은 물론 감찰 자체가 없었던 것처럼 정리하라는 지시도 했다고 한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공직자가 아니라 조폭 범죄의 공범들로 비칠 정도다. 유 씨에게 금융권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 드러난 천경득 총무비서실 선임행정관은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에게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 씨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피아를 구분 못 하느냐”는 힐난까지 했다는 것이다. 유 씨가 여당 전문위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승승장구하고, 뒤를 봐준 실세들은 검찰 수사에도 여전히 청와대, 여당 핵심인 것을 보면 ‘배후’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조 전 장관의 영장을 심사했던 법원도 ‘죄질이 나쁘고 법치를 후퇴시켰다’고 하는데, 추미애 법무장관이 임명한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조 전 장관은 무혐의이고, 백 전 비서관은 기소해선 안 된다’고 했다고 한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20일 정경심 씨 재판에서도 조 전 장관의 공직자 재산 백지신탁 등과 관련된 위법 정황들이 새롭게 공개됐다. 이런데도 문 정권은 21일 국무회의에서 검찰 직제개편을 강행하고 ‘2차 검찰 학살’ 인사도 할 것이라고 한다. 국정농단의 죄상이 쌓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