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 및 신년회견을 통해 미·북 협상 교착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 등 독자적 남북 협력사업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 뒤 범정부 차원에서 이를 밀어붙이는 기류가 뚜렷하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 뒤 “(북한 개별관광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고, 계속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금강산 관광이나 개별 방문의 경우 유엔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 내에서는 개별 방문으로 유엔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이 광범위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당국자에 따르면, 정부가 독자적으로 추진할 대북 사업을 선별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의 비자만 받으면 개인 차원의 방북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북한 당국의 초청장과 비자는 물론 신변 안전까지 보장돼야 방북을 허용했다. 이런 한국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은 물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16일 외신 간담회에서 대북 개별관광 등에 대해 “제재 하에서도 관광은 허용될 수 있지만, 북한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반입하는 짐에 포함된 물건 일부가 제재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관광 루트에 대해서도 “중국을 거쳐 갈 것인가. 비무장지대(DMZ)를 지날 것인가.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 유엔군사령부와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미국 측은 문 대통령 신년 회견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의 ‘분리’ 가능성을 거듭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핵폐기 협상은 없을 것임을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하다. 문 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미(反美)도 불사하겠다는 의도로도 비친다. 안보 문제를 국내정치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저의(底意)가 아닌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