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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요즘 정부가 발표하는 주요 정책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3월 시한’을 정해놓은 사업이 무척 많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국민 체감이 큰 일자리 사업은 1분기 안에 관련 예산의 37%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진작을 위해 올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목표를 역대 최고인 62%로 설정했다”며 특히 강조해서 언급한 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주 ‘설 민생안정대책’에서 “지역경제 활력을 위해 SOC 등 지역경제 관련 예산의 50% 내외를 1분기 중 조기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안전 예산은 더 극단적이다.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교통·산재·자살) 관련 예산 중 무려 81%를 1분기에 배정했으니 말이다. 기재부는 “국민안전을 위한 선제 대응”이라고 했지만, 이 말을 믿어도 될까.

‘3월까지’ 대책에 매달리는 건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사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겨울과 봄철 특별대책을 마련해 3월까지 강화된 선제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40대 고용부진에 대한 안타까움을 언급하면서 “40대 퇴직자와 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기재부가 청년 대책에 준하는 40대 맞춤형 고용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하겠다는 시한이 3월까지다. ‘3월까지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쯤 되면 냄새가 난다. 3월이면 문 정부가 목을 매고 올인하는 4월 15일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 아닌가. 정부는 온갖 이유와 명분으로 둘러대지만, 이 정권이 돈을 퍼붓고 국민을 위해 마련한다는 정책이 왜 총선 직전에 집중되는지 그 이유는 뻔하다. 그러고 보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언급한 시한도 올 3월이다.

한 지인은 “과거 정부 때도 선거를 앞두고 이런저런 선심성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하는 건 처음 본다”며 고개를 내젓는다. 총선용 선심이란 비판을 받더라도 득표에는 플러스(+)가 될 거란 표(票) 계산이 이미 끝난 모양이다. 국민을 과거 1950·1960년대 ‘고무신·막걸리 선거’ 때 수준으로 생각하는 듯한 문 정부의 총선 전(前) 선심 세례에 유권자가 어떤 결과로 화답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