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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이름은 재료, 조리법, 용기 등 다양한 것들이 기준이 되어 지어진다. ‘뚝배기 된장찌개’는 여러 재료에 된장을 풀어 뚝배기에 넣어 끓였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런데 불행히도 태생부터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이 있으니 ‘매운탕’과 ‘짠지’가 대표적이다. 이름에서부터 매운 냄새와 짠맛이 느껴지니 말이다.

‘매운탕’은 말 그대로 탕은 탕이로되 매운맛이 주가 되는 탕이란 뜻이다. 이름의 기원에 대해 설이 분분한 ‘설렁탕’부터 논란의 중심에 있는 ‘보신탕’까지 이름에 ‘탕’이 붙은 음식은 매우 많다. ‘도가니탕’이나 ‘감자탕’은 재료에 초점을 맞춘 이름이고, ‘보신탕’이나 ‘영양탕’은 효능을 강조하는 이름이다. 그런데 ‘매운탕’은 혀의 미각이 아닌 피부의 통각으로 느껴야 하는 매운맛을 전면에 내세운다. 신문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확인되기 시작하니 그 이름이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짠지’ 역시 김치는 김치로되 더 짠 김치란 뜻이다. ‘지’는 ‘디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데 김치를 가리키는 고유어이다. 묵은김치를 뜻하는 ‘묵은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고, 장에 채소를 박아 만든 ‘장아찌’에서도 표기가 조금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황해도를 비롯한 북부지역 일부에서는 ‘짠지’가 김치를 대신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의 짠지는 ‘짠짠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로지 소금으로 맛을 내니 결국은 짠맛이 전부이기도 하다.

매운맛이든 짠맛이든 우리가 즐기는 맛 중 하나이니 이것이 음식 이름에 나타난다고 해서, 그리고 그것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또한 맛있는 매운탕과 짠지도 있고, 그것을 즐기는 이도 있으니 역시 존중받아야 할 음식이다. 그러나 맵고 짠 음식이 성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니 ‘매운 탕’과 ‘짠 김치’는 피해야 할 것이다.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