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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지난해 10.3% 감소란 참혹한 성적표를 남겨 경기 전반에 암운을 드리운 수출을 지역별로 천천히 뜯어보고 주력산업 경쟁력 현황을 살펴보면 또 몇 가지 아쉽고 불안한 게 눈에 띈다. 수출 주무부처를 포함해 정부도 애써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으니 ‘복기(復棋)’를 해야겠다. 첫째는 4위 수출국이자 반도체 수출 경유 물량의 26.5%를 차지하고 있는 홍콩이다.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시위 여파, 중국과 홍콩 관계 악화 외에는 별달리 설명할 길 없는 영향으로 인해 지난해 대홍콩 수출은 30.6%나 감소했다. 하지만 중국·홍콩 관계의 급변이 초래할 위험요인,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대응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 번영의 상징이던 화장품, 보석, 명품 매장은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시위진압에 테이저건과 그물총을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흐름상 올해도 대홍콩 수출은 차질을 빚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또 하나는 역시 5.0% 감소한 아세안이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부연구위원은 “아세안은 2017년 30% 가까운 수출증가세를 보였다가 2018년 한 자릿수로 둔화한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단가 하락 등 일부 경기적 요인은 있겠지만,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아세안 지역의 경제성장이 견조한 추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진의 구조적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세안 10개국은 ‘신남방’으로 정해 미국과 중국 주력시장을 대체할 신시장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곳이다. 구두선(口頭禪)인가.

산업별로는 우선 자동차산업의 부진이 우려스럽다. 지난해 말 이후 노조의 기습파업으로 1100억 원의 생산 손실을 본 르노삼성의 최근 부산공장 생산량은 평시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완성차가 힘드니 중소·중견 부품사가 온전할 리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을 보니 자동차산업의 불황 여파로 2018년부터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을 신청한 부품사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13개 기업에 달한다. 현대기아차 외에 외국계 3사는 생산설비를 매각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구조개편의 피바람이 어느 때보다 거셀 것이란 의미다. 그때도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대립적 노사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공장, 일터가 없어지는데 파업인들 될 리 없다.

해가 바뀌었지만, 전반적인 경제 여건은 개선 조짐이 없고 불과 3개월여 앞으로 임박한 총선만을 겨냥한 막장형 포퓰리즘 정책과 공약은 본격적으로 비이성적인 칼춤을 추고 있다. 그새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급진적 노동정책, 고비용 저생산 구조, 과도한 지배구조 및 경영 간섭으로 기업들의 어려움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가중되고 있다. 경제성장에서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을 옥죌 허방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피고 투자 활력, 물꼬를 틀 조세 지원 체계 점검과 창업경쟁력의 융성을 보장해야 할 시기인데 자꾸 시계는 거꾸로 돌고 있다. 하기야, 경제정책이 제대로 운용됐다면 경제 허리인 30∼40대 일자리가 유독 이 정부 들어 줄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