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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해보다 이른 설이라지만, 민족 최대의 명절답게 올해도 전국의 고속도로는 귀성객들로 붐빌 것이다. 고향은 타향살이에 지친 이들에게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비록 빈손일지언정 늘 따뜻하게 반겨주는 부모님과 일가친척의 푸근한 손길이 있기에 주차장으로 변해 버린 도로를 밤새 달려가는 수고를 감내하는 것이리라. 모처럼 만에 만난 가족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새해를 건강하고 의미 있게 보내는 다짐도 함께할 것이다.

설날을 보낼수록 귀성길 자녀들은 또 다른 걱정을 안고 산다. 부모님 건강이 그것이다. 이미 우리는 2018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농어촌 사회는 더 심각해 노인이 14%가 넘는 시·군이 90개에 이른다.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노인이 되면 아픈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다. 시골 병·의원은 이미 경로당 역할을 한 지 오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병원에는 찾는 환자가 줄어든다는 말이 낯설지 않을 만큼 노인들에게 병·의원은 삶의 일부분이 됐다. 의사로서 병원을 지키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명절이 끝나면 연로하신 부모를 모시고 병원을 찾는 자녀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자녀들은 큰 병은 아닌지, 병이 있다면 입원비와 수술비는 얼마 정도인지를 두고 수심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이끌면서 병원비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더 큰 의지를 가지고 앞장서 왔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65세 이상의 노인이 병원을 찾거나 입원한 일수는 전체의 31%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비용도 31조1173억 원으로, 전체 진료비 77조9141억 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노인에 대한 의료 수요는 클 수밖에 없다. 증가율도 매년 10%가 넘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요즘은 자녀들을 대신해 건강보험이 효자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이런 근심이 조금 더 줄게 됐다. 2017년 8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암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 건강보험이 확대됐다. 노인만을 위해서는 틀니와 임플란트 시술 때 환자가 내던 비용이 기존 50%에서 30%로 낮아졌다. 노인들이 병원을 찾을 때 진료비를 1만5000원에서 2만5000원 구간에선 10∼20%만 내도록 개선했다. 이것만으로도 노인 1인당 61만 원, 전체적으로 5000여 억 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

여기에다 경제적 부담이 큰 중증 치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나 치매 검사 비용도 크게 낮아져 실질적인 병원비 부담을 덜어준다. 올해부터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힘들게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는 왕진 수가 시범사업도 시행된다. 의사가 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진료하는데, 환자와 보호자가 시범사업 참여 기관에 왕진을 요청하면 된다.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노인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의료비 부담을 덜어준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지난 1년6개월 동안 2조2000억 원의 가계 의료비가 줄어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정책에 대해 국민의 82%가량이 만족한다고 답할 만큼 체감 효과도 크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지만,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가벼운 병은 동네 병·의원을 찾고 중증 환자는 대형 병원을 이용하는 등 국민의 협조가 동반되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보험이 백세시대를 듬직하게 지켜내는 효자 노릇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