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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지난 14일 김웅 부장검사는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면서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은 사기공화국이요 고소공화국이라고 한 그의 책 ‘검사내전’에 무릎을 쳤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그런데 사기꾼·고소꾼을 잡아들여야 할 자칭 생활형 검사가 왜 ‘검찰개혁’에 이렇게 분노할까?

우리나라 검찰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검찰이 권력의 도구 역할에 충실했다는 점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는 약하고 죽은 권력에는 강한 정치검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비리가 있다면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말고 엄정한 수사에 임하라”고 한 말은 검찰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은 것이었다. 다만, 윤 총장이 실제로 살아 있는 권력의 수사에 나선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되는 말이었던 것 같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검찰의 권한이 전 세계적으로 그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데도 견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떤 권력이든 견제가 없으면 부패하게 마련이다. 검찰이 직권남용이라는 신축성 높은 죄를 동원해 ‘양승태 사법부’를 도륙한 것은 견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이 어디까지 폭주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생생한 사례다. 헌법상 사법부는 검찰을 견제하는 기관인데, 그 사법부를 검찰이 짓밟는 괴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제 그 검찰이 권력에 의해 팽(烹)당하는 것을 보니 꼭 안타깝지만은 않다는 심정이다. 하지만 검찰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국민이 피해를 볼 뿐이니 올바른 검찰개혁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정치검찰을 벗어날 길은 무엇인가.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와 조국 사태를 보면, 검찰의 권력 도구화의 주된 원인은 검찰보다는 정치권력에 있다. 요즘 대통령과 장관이 인사권을 휘둘러 권력의 비위에 맞지 않는 검사들을 변방으로 날려 버리고 있다. 미국이라면 사법방해죄에 해당할 만한 일이 인사권이란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에게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다. 정치검찰을 만든 게 정치권력이니, 정치의 검찰 인사권 남용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해법이다. 검찰총장 임기제나 의견 제출 정도로는 어림없다. 정치권력의 검찰에 대한 인사권 남용을 저지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에 대한 견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참하게 밟힌 사법부가 하루아침에 견제 능력을 회복할 게 아닌 만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의한 검찰권 견제가 긴요하다. 그런데 최근 개정 법률은 검찰의 권한은 대폭 축소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했다. 공수처는 검찰의 2가지 문제점을 되레 극대화시킨 조직이다. 이 ‘견제 없는 정치검찰 별동대’는 결국 산 권력의 칼이 돼 죽은 권력을 베고, 집권하려는 세력을 짓밟는 괴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했다. 검찰의 견제에서 벗어난 경찰은 이미 정보마저 손에 쥐었으니 또 다른 괴물이 될 것이다. 이러니 ‘사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검찰개혁의 요체는 검·경이 서로 감시·견제해 그 누구도 괴물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검찰개혁을 하는 게 아니란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현 집권 세력이 20년, 100년 집권하겠다는 자신감의 근거도 알 것 같다. 폭주하는 권력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