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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8일 자 검찰 고위직 인사는 청와대 비서실과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진의 검사장급 지휘 라인을 불과 5개월 만에 남김없이 한직으로 좌천시킨 보복성 인사라는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그 후임으로 부임한 서울중앙지검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의 요구와 바람이 무엇인지를 잘 경청해야 한다”면서 검찰권 행사를 자제할 것을 주문했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를 앞두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속도를 내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국민 다수는 이번 검찰 인사를 잘못된 인사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국민’은 누구이고 ‘민주적 통제’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리송해진다. 국민이 선출한 정권의 요구가 곧 국민의 요구이고, 그 정권의 명(命)에 따르는 것이 민주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 법무부 장관이 6년 전에는 대선 관련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특별수사팀장(현 검찰총장)이 수사에서 배제되자,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당시의 정권을 맹렬히 비난한 행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정치인은 미래를 예측하고 국민 다수의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지만, 검사 등 법조인은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 사회정의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다. 그 진실 규명에 있어서는 권력이나 금력에 굴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국민 다수가 원치 않는 결과가 되더라도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정치인과 법조인은 그 직무의 성격상 언제든 충돌할 수 있다.

그러나 바른 정치인이라면 그 결과가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법조인의 직무를 존중하고 수호해 줘야 한다. 또한, 진실을 규명하는 수사나 재판에 정치인이 예단을 갖고 간섭하는 자체도 그 독립성을 침해하는 일이다. 이 점에서 이번 보복성 검찰 인사는 물론, 며칠 전 청와대가 울산시장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관련해 판사가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을 거부한 것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정치가 법치보다 우월하다는 정복자의 모습이다.

현행법상 검사 보직에 대한 인사는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행한다. 그런데 대통령이나 법무장관 및 인사에 관여하는 청와대 비서실은 정치적 인물로 구성되므로, 그 인사권 행사는 집권자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 행사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고, 실제로 그동안 대다수 정권이 그러한 인사를 해왔다. 이래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소신 있는 독립적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능력과 실적에 따른 인사를 기대하는 직업공무원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대통령의 검사 인사권은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국가 이익을 위해 행사해야 하고, 이를 위해 법무부 장관은 반드시 일선 검찰총장의 실무적 의견을 듣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의 의견조차 제대로 듣지 않았고, 누가 보더라도 정파적 이익에 따라 인사를 한 결과가 돼 부당하다. 곧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이하 인사는 국가원수로서 능력과 실적에 따른 공정한 인사를 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살아 있는 권력까지 수사할 수 있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하게 하는 제도 개혁이 검찰개혁의 방향이라면, 검사 인사에 정치인인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실이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검찰총장이 검찰인사위원회의 실질적인 인사 심의를 받아 인사안을 제청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