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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전대미문의 편향적 검찰 인사에 대한 파문이 일파만파다. 이를 균형 인사라고 평하는 이도 있지만,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 내에서 대학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니, 이번 주 2차 인사는 또 어디까지 물갈이할지 궁금할 지경이다.

물갈이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성격이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윤 총장이 자신의 명을 거역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팀을 와해시킨다고 느낄 정도로 수사의 지휘 라인을 교체한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울산시장선거에 대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이 교체된 것에 이어 서울중앙지검 선거 개입 수사팀까지 인사를 통해 교체될 경우에는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인사권이 국정 전반에 미치는 강력한 영향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당장 4·15총선을 앞두고 공천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당 수뇌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이번 추 장관의 검찰 인사 학살은 2016년 새누리당 공천 학살과 닮은 점이 참으로 많아 보인다. 선거를 앞둔 정당의 공천과 국가기관인 검찰의 인사는 다른 점도 적지 않지만, 결국은 인사권을 장악하고, 이를 오남용하고, 나아가 그로 인해 몰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닮은 점들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이다.

추 장관이 취임 직후 무리한 인사를 한 것은 3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추 장관은 조국 전 장관부터 얘기되던 ‘인사권을 통한 검찰개혁’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그것이 개혁 아닌 개악이 된다는 비판엔 귀를 닫고 있다.

둘째, 이미 정부·여당은 검찰과 대립각을 확실하게 세웠고, 이를 순리에 따라 조정하기보다는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친정부적 성향으로 바꾸거나, 적어도 무력화시켜야겠다는 의지가 뚜렷이 나타난다.

셋째, 추 장관은 개인적으로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장관으로 평가받고 싶고, 이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6년 새누리당 공천 학살이 결국 비박 집단이 국회의 탄핵소추에 찬성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던 것처럼, 검찰 인사 학살을 당장은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할지라도, 그로 인한 균열이 추 장관, 나아가 정부·여당 전체가 몰락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왜 간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책의 실패는 실수일 수도, 불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권한의 오·남용, 그로 인한 국정 혼란은 누군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일이 된다. 더욱이 불법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또 다른 불법은 회피할 수 없는, 더 중대한 책임으로 이어질 뿐이다.

추 장관이 앞장서고 있는 검찰 인사 학살은 오늘날 검찰개혁의 가장 중요한 명분이 된 최순실(최서원) 수사 당시의 검찰이 보여줬던 늑장 수사, 봐주기 수사 이상의 정권 옹호로 비친다. 이런 식으로 울산시장선거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방해가 계속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순리에 따른 권한 행사, 합리적 인사를 통해 검찰이 안정되고, 나아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가 진행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