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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배 사회부 차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양쪽 허벅지를 손수건으로 묶은 채 앉아 있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바른 자세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추 장관 측의 설명은 자연스럽게 지난 2004년 그의 삼보일배(三步一拜)를 떠올리게 했다. 오랜 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청문회에서 다리를 묶은 것이 삼보일배의 후유증이라는 얘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사죄 차원에서 2박 3일 동안 15㎞에 걸쳐 삼보일배를 했었다.

2004년 3월 당시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한 일이 추 장관의 정치인생에는 ‘주홍글씨’처럼 남아 있다. 추 장관은 “내 정치 인생 중 가장 큰 실수”라고 인정했다. 2009년 5월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은 추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이후로 추 장관은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화해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인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열심히 도왔다. 민주통합당 문 후보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박근혜 후보가 맞붙은 2012년 대선 당시 추 장관은 문 후보 캠프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았다.

비록 2012년 대선에선 졌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파면으로 조기에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격으로 문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선을 이끌었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추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방패’ 역할을 할 법무부 장관을 기꺼이 수락했다. 물론 추 장관도 ‘선거개입’ 사건의 수사대상이 될 여지도 있다. 법무부 장관의 의전서열은 야당 원내대표(17위), 대통령 비서실장(18위)보다 못한 21위다. 당연히 올해 총선도 포기했다. 당대표와 5선 의원을 지낸 무게감에 결코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

판사 출신인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했기 때문에 격에 맞지 않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가 정치인이라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계산 없는 순수한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 2020년 1월 8일 추 장관은 문재인 정권을 향한 수사를 해온 대한민국의 검사들을 모두 지방의 한직으로 쫓아내는 ‘대학살’ 수준의 ‘인사 폭거’를 함으로써, 노 전 대통령과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에게 마음의 ‘큰 빚’을 다 갚았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제는 문 대통령이 오히려 추 장관에게 ‘보은(報恩)’해야 할 상황이다. 덕담으로 건넨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말을 진짜로 실천했던 눈엣가시 같은 검사들을 변방으로 쫓아낸 공을 대통령은 어떻게 갚을까. 대통령이 보기에 추 장관은 부임한 지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소임을 완수한 장관일 수도 있다. 프랑스를 위기에서 구한 여전사 ‘잔다르크’처럼, 추 장관이 당분간은 그의 별명처럼 특정 세력들에겐 ‘추다르크’일 수 있다. 5선 의원, 당대표, 법무부 장관 뒤에 이어질 이력이 벌써 궁금해진다. 길게 보면 추 장관의 이번 검찰인사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가장 후퇴시킨 대표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보다 그의 인생에서 ‘더 큰 실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