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CES 2020’에서 한·일 양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가 6일 공개한 첨단기술 기반의 미래 도시 청사진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토요타는 자율 주행 셔틀, 홀로그램 애완견 등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무장한 첨단 신도시 모형을 선보였다. 현대차도 달리는 호텔 차(車) 등 모빌리티(이동편의)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대중교통 시스템부터 시민 생활 방식까지 바꿔놓을 미래 도시 청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대비되는 건 토요타는 본국(本國)에서 미래 도시 실험을 하는데, 현대차는 가상 시나리오 대상지가 미국 도시란 점이다. 토요타는 후지산 아래 175에이커(약 21만4200평)의 부지에 2021년 실험용 미래 도시를 착공하겠다고 한다. 현대차는 개인 비행체와 자율차로 이어지는 도심 모빌리티 청사진을 내놨는데, 그 핵심 솔루션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가상 시나리오로 했다. 현대차는 도심 항공기 사업의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예상하면서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같이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한국도 그 대상지에 포함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승차공유·카풀 등 모빌리티 혁신 기술을 겹겹이 막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낡은 도로교통법 때문에 한국에선 자율 주행차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무인 모드 테스트나 군집 주행 실험이 사실상 힘들다. 자율차의 수요 기반인 공유 차량 비즈니스도 금지돼있고, ‘타다’ 대표는 불법영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대차가 지난 4일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카 셰어링 사업 테스트를 서울이 아닌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것도 한국의 이런 숨 막히는 규제 현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네이버도 최근 휴대전화를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그 서비스 대상지로 한국이 아닌 일본을 선택했다. 한국의 갈라파고스 규제가 전 산업부문에 걸쳐 혁신기업들을 해외로 내쫓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혁신’을 12차례나 언급했지만, 기업들은 말 아닌 현실을 볼 수밖에 없다. 기득권 저항과 낡은 규제를 뿌리 뽑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집권세력이 그런 악역에 앞장설 것으로 아무도 믿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