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의 門 여는 정권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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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전국부장

새해를 이틀 남겨 둔 지난해 12월 30일 여당 및 친여 야당이 합세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강행 처리한 뒤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 핵심인사들은 검찰개혁을 더 부쩍 입에 올리고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우선 수사권을 가지게 돼 앞으로는 조국과 그 가족 비리, 청와대의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비리 감찰 중단,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같은 사건은 검찰이 수사할 수 없게 됐다.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공수처가 대통령 및 그 측근들이 관여한 사건을 수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정도면 정권 입장에서 한 시름 놨을 법한데도 문 대통령이나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 등이 연일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여권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어떻게든 막겠다는 것으로, 도둑이 외려 포졸에게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 딱 그대로다. 공수처는 빨라야 4월 총선이 끝난 뒤인 올해 7월쯤 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그전에 국기(國基)를 뒤흔든,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부정한 대형 사건 수사를 막아야 하는 여권은 권력형비리 수사라인 교체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잘라내기를 시도할 것이다.

여권의 검찰개혁 구호가 사실은 ‘수사 막기’라는 건 조국과 그 아내가 공수처법 통과 이후 보여준 반응으로도 유추된다. 조국은 법 통과 직후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구치소에 있는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는 그 전에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구속된 유일한 이유가 검찰개혁, 공수처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사모펀드 투자, 공직자재산 허위 신고, 자녀들의 인턴증명서·표창장 위조 등 각종 혐의에 연루된 ‘잡범’이 정치범 코스프레를 한 것이다. 참으로 부창부수(夫唱婦隨), 그 남편에 그 아내다.

공수처법이 통과되면서 조국 낙마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던 여권은 다시 공세로 돌아서고 있다. 공수처법 개악과 통과의 중심에 있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기야 지난 3일 법원행정처와 법관인사위원회를 폐지하고 비(非)법관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해 법관 인사와 사법행정을 총괄케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선출한 비법관 6명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한 법관 4명, 대법원장 등 11명으로 사법행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비법관 6명은 민주당과 친여 야당이 미는 민변·참여연대 변호사 중에서 선출되고, 법관대표회의에서 추천하는 법관 4명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법원 내 서클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또는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이 차지할 공산이 크다. 명분은 법원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실상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으로, 3권분립과 민주주의를 근저부터 허무는 것이 된다. 지금도 정권 핵심세력들이 노골적으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고 정권 홍위병들은 조국 수호와 검찰총장 사퇴 촉구 집회를 스스럼없이 여는 광폭한 환경인데, 판검사를 수사하는 공수처에 이어 판사인사권도 장악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통과되면 법치주의는 사라지고 명실상부한 독재국가가 완성된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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