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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근래 시중을 달구는 경제뉴스 중 하나가 국내 대표 배달서비스 ‘배달의 민족’이 독일계 기업에 매각된 건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음식배달 = 철가방’으로만 인식해온 중장년층 중엔 매각대금이 국내 스타트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인 4조80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는 이가 적지 않다. 그만큼 모바일 앱을 기반한 배달서비스 시장이 천지개벽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모바일 배달 서비스 경쟁은 편의점업계로도 확산 중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마켓컬리 등 식재료 배송서비스 카드 결제 건수는 최근 1년 반 만에 4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같은 가정배달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소비층을 경제학계에선 홈족(Home族)이라 일컫는다. ‘집 = 주거공간’이란 인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안에서 숙식은 물론 취미나 여가생활까지 즐기려는 이들이다.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적으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방콕족’과 구분된다. 최근 급신장한 출장 청소·출장 세탁 서비스, 홈트레이닝·홈엔터테인먼트 시장도 이들 홈족이 주도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휴가’와 관련된 키워드로 꼽은 1위가 유명 여행지나 재미있는 축제가 아니라, 집에서 조용히 쉬는 ‘스테이케이션(Stay + Vacation)’이었다는 한 설문 결과는 홈족이 급증한 1인 가구와 맞물려 이미 새로운 경제주체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삼정 KPMG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확산과 맞물려 집에서 여가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면서 집에서 누리는 제품·서비스를 아우르는 홈코노미(Home + Economy) 시장이 뜨고 있는 데 주목해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도 홈코노미 시장을 더욱 키운다. 과거 ‘집구석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나가라’는 말을 듣는 구박덩어리였던 집순이·집돌이가 모바일 혁신과 급변한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소비시장 주도층으로 변모한 것이다. 진화론 창시자인 찰스 다윈은 “살아남는 자는 가장 강한 자도, 가장 현명한 자도 아닌 변화하는 자”라고 말했다. 포화한 자영업 시장으로 쏟아져나오는 50·60 퇴직자들이 무작정 퇴직금을 쏟아부어 점포를 열기 전에 진화한 홈코노미 시장을 한 번쯤 눈여겨 봐주길 권하고 싶다. 거기에서 제2, 제3의 배달의 민족 대박이 터질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