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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경주시 월성(月城)은 신라 시대 궁성이 있던 곳이 초승달처럼 생겼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월성의 올 연말은 중수 원전(原電) 사망 전야로 기록될 것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4일 월성 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를 승인함으로써 한국수력원자력이 해체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원안위가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2017년부터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의 비운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원안위 수장부터 위원까지 버팀목이 사라져 버렸다. 현 정부 들어 날개를 단 탈핵 인사들은 요소에 박혀 60년 넘게 쌓아온 원전이라는 이름의 첨탑이 ‘적폐’라는 낙인으로 붕괴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월성 1호기의 사망을 선고한 원안위의 죄책(罪責)은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

한수원마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전 정부에서 원안위의 계속 운전 허가를 받은 월성 1호기를 2·3·4호기 못지않게 안전하다고 강변할 때는 언제고, 180도 돌아서서 문을 닫겠다고 슬그머니 발 벗고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국가 백년대계마저도 정권 비위를 맞춰야 하는가? 사장단과 이사진은 감사원 감사가 아니더라도 자진해서 국민 앞에 이실직고해야 할 일이다. 미국이나 캐나다라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넘게 돌릴 수 있는 멀쩡한 원전을 일찌감치 닫아 버리고, 부족분은 정부 시책에 맞춰 액화천연기스(LNG)로 메우겠다는 것인가? 파리협약 이전에 당장 미세먼지는 어떻게 할 참인가.

원전 해체라 함은 사전 계획부터 원상 복원까지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 넘어가고, 비용도 모아둔 7500억 원이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7000억 원을 투입해 원자로(월성 1호기)를 포함, 주요 기기를 교체한 신형 원전을 7500억 원을 들여 해체하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하면서 운영허가 종료가 다가오는 다른 원전도 줄줄이 문 닫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수급에 구멍이 뚫리고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전기요금 상승은 빙산의 일각이며,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며, 협력업체가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3년 뒤면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매년 1기 이상, 10년 안에 10기가 멈추게 될 예정이다. 정부가 원전 영구정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설계수명은 절대기준이 아니다. 원전 상태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 설계수명이란 설계 당시 예상된 원전의 성능 저하를 근거로 설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차량으로 치면 운행 허용 기간이다. 만약 유지·보수가 잘 되고, 엔진까지 갈아 끼웠다면 허가 갱신을 받아 안전운행을 계속하는 게 적법한 일이다.

원전도 안전성과 경제성을 면밀히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원전의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 현재 우리는 해체 기술 58개 중 7개, 해체 장비 11개 중 9개가 부족한 상태다. 이들 대다수가 안전하게 발전소를 해체하고 방사선을 제거하는 데 없어선 안 되는 핵심이다. 게다가 고급인력이 이탈하고 산업 기반이 무너지면서 원자력 기술이 쇠락하고, 방사선 기업이 붕괴하는 것이 걱정이다. 가동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정비할 인력을 구하기 점점 더 어려워 안전에 비상등이 켜지기 직전이다.

월성 1호기를 재가동하면 인력과 기반 유지는 물론, 화력발전 비용을 아끼고 온실기체 배출량을 줄여 수천억 원대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의 철회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