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사활이 걸린 사안들을 제대로 된 의견 수렴도 무시한 채 연일 밀어붙이고 있다. ‘연말 땡처리’하는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범여권이 위헌적 법안을 속속 강행 처리하는 와중에 정부는 기업 목을 더욱 옥죄는 반(反)기업 정책 방향으로 폭주하면서 기업들이 아우성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4일 월성 원전 1호기 영구정지를 전격 의결하면서 원전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월성 1호기 폐쇄 결정 직후 열린 ‘원자력의 날’ 행사에선 “원자력 사망의 날 같다”는 원성이 쏟아졌다고 한다. 정부는 또 국민연금의 투자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재계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 전격 의결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은 300여 상장사 경영진에 대해 의혹만으로 해임을 요구하는 등 정권 입맛대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길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았다. 여기에 고용노동부는 12년 만에 개정된 ‘근로자 파견 지침’을 30일부터 시행키로 했는데, 하청 직원에 간접지시만 해도 불법파견으로 간주해 처벌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다. 강성 민주노총이 제1 노총으로 올라선 것과 맞물려 앞으로 강성 노조가 새 지침을 근거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직접고용을 강하게 압박해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기업 현장에선 탄식이 쏟아진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9일 “주52시간제 등으로 기업이 크게 위축됐다”며 “기업 활력을 제고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 기조를 전환해 달라”고 호소했다. “규제개혁 입법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막히는 걸 보면 울분이 올라 벽에다 머리를 박고 싶다”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얘기는 너무 참담하다.

해외 경쟁국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2020년을 앞두고 저마다 국부(國富)의 원천인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는데, 문 정부는 정 반대 정책으로 기업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다. 기업을 옥죄는 반기업 정책 기조를 바꿔 달라고 기업들은 절규하지만 문 정부엔 쇠귀에 경 읽기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기업 활력 제고와 규제혁신을 외치니, 그 뻔뻔함이 놀라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