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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균(39)·루시 캐니(여·32) 부부

저(용균)는 패션디자이너입니다. 평생 동반자도 런웨이에서 만났습니다. 제 아내 루시는 영국 LCF라는 대학에서 여성복을 전공했습니다. 2010년, 한 업체에서 패션대학 최우수 졸업생을 뽑아 패션쇼를 진행했는데, 루시와 제가 각 학교 대표로 선정돼 참가했습니다. 함께 패션쇼를 치른 뒤 연락 한번을 안 했죠.

8년 뒤 갑자기 제 페이스북으로 편지 한 통이 왔어요. 루시였습니다. 제게 “아직 영국에 있으면 만나서 디자인 얘기를 하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한국에 들어와 디자이너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난 지가 너무 오래돼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막상 연락을 하니 금세 친해졌어요. 그렇게 전화와 문자만 주고받다 보니 이 친구가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저는 루시에게 “네덜란드로 여름휴가를 같이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루시는 고민하다가 그러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저희는 8년 만에 네덜란드에서 재회했습니다. 함께 보낸 여름휴가가 끝난 뒤 저희는 연인이 돼 있었습니다.

루시는 저와 함께하기 위해 큰 결정을 했어요. 영국 로열패밀리의 옷을 디자인하는 회사에 다니던 루시는 영국에서의 모든 커리어를 버리고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결단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7일 혼인신고를 마쳤습니다. 저는 한국에 있는 동안 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등 커리어를 계속 쌓아오고 있었어요. 홀로 이 치열한 길을 걸어가는 게 버거울 때가 있었는데 제 곁에 루시가 있어 든든합니다. 내년 9월쯤 영국에서 결혼식을 올리려고 합니다. 8년을 돌고 돌아 제 곁으로 온 루시. 이 여자의 모든 걸 사랑합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