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범여(汎與) 군소 정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만든 공직선거법개정안(案)은 위헌적 요소가 수두룩하다. 제1야당을 배제한 선거법이란 원천적 위법성은 차치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표(票)의 등가성 원칙에 위배되는 데다 누더기 개정이 초래한 ‘깜깜이 선거’는 유권자의 선거권을 침해한다. 이 모두, 법적 기구도 아닌 4+1 협의체의 치졸한 당리당략과 정치인 개인의 생존 꼼수까지 겹쳐 누더기 법안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선거법의 이 같은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 힘을 쏟는 게 정상인데, 민주당과 군소 정당은 오히려 위헌적 선거법을 불법적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절차로 밀어붙이려고 한다.

범여권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선거법은 이른바 4+1 협의체가 밀실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고친 수정안(修正案)인데, 지난 4월에 발의해 패트에 오른 원안(原案)과는 완전히 다르다. 원안의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은 253석+47석으로 바뀌었고, 연동률도 30석에만 적용하기로 했고, 석패율은 아예 사라졌다. 국회법 제95조는 ‘수정안은 원안 취지 및 내용과 직접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크게 바꿀 때는 반드시 교섭단체 합의를 거치도록 했다. 그런데 이런 수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건 국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선거법과 함께 패트에 올라 다음 주 표결이 예상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수정안도 원안에 없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범여권이 공수처 원안에선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주겠다는 취지라도 내세우더니, 정치적 흥정을 거쳐 공수처에 무소불위 힘을 싣는 조항들을 마음대로 추가했다. 어떤 공개 논의 절차도 없이 밀실에서 덧붙인 것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4+1’이 국회 과반을 무기로 국회법도 무시한 채 입법 폭주를 거듭하는 데 거침이 없다. 이처럼 4+1이 자행하는 ‘입법부의 불법’ 앞에 쟁점 법안 처리는 재적 5분의 3 이상이 필요하다고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은 무용지물이 됐다. 권력에 취한 범여권의 입법 쿠데타 강행을 막아야 한다. 폭압적 입법 독재에 맞서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야권과 국민의 비상한 결단이 더 절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