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을 사외이사로 앉히는 ‘노조 추천 이사제’를 추진 중이라고 조선일보가 27일 보도했다. 노동자를 직접 이사회 이사로 선임해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아직 법제화를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노조 추천 사외이사제는 이런 과정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우회로를 통해 공약을 실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잖아도 지난 10월에 임명된 방문규 수은(輸銀) 행장은 문 정부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직속 경제혁신추진위원장 출신이다. 시중에서는 노조 추천 이사제가 수은의 문턱을 넘어설 경우 금융권은 물론 민간기업에까지 도입 압력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은과 같은 막강 공기업 노조에 직접적인 경영 참여를 허용할 경우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들어온 공기업의 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 정부 들어 몸집을 한껏 키운 민노총은 조합원 수에서 제1 노총으로 올라섰다는 정부 통계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정부를 향해 ‘새 판을 짜자’고 선언하고 나섰다. 2위로 밀려난 한국노총으로서도 더 이상 선명성 경쟁에서 밀릴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의 반시장, 반기업 노동운동은 가열될 수밖에 없고, 정부 정책은 물론 민간기업의 경영에까지 노골적으로 개입 강도를 키워 나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수은에서 진행되고 있는 ‘노조 추천 이사제’ 꼼수는 그 예고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