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나라의 빚은 초(秒)당 200만 원씩 불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내 어느 곳에서도 위기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그 반대다. 대통령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공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돈을 더 못 써 안달인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근로·자녀 장려금 지급 우수 세무서로 선정된 전국 24개 세무서에 피자 400판과 벽시계를 선물했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올해의 근로·자녀 장려금 지급을 차질없이 수행했다면서 담당 공무원들을 격려한 것이다. 인천의 일부 지자체는 기존 월급날이 20일임에도 이달에는 나흘이나 앞당긴 지난 16일에 월급을 지급했다. 최근 인천시가 예산 집행 실적이 부진한 기초단체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다.

다른 지자체와 시·도교육청들 역시 ‘돈 쓰기 파티’에 여념이 없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가 수시로 재정 집행 실태를 점검하면서 올해 예산 불용 및 이월액이 많은 지자체에 불이익을 주는 반면 예산을 많이 쓴 곳에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시행규칙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비록 실적이 나빠도 ‘사회적 책임’ 등 정부 정책만 잘 따르면 높은 평가 등급을 얻을 수 있다. 적자 늪에 빠진 한전·건강보험까지 성과급 혜택을 받았다.

정부가 26일 발표한 ‘2018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실적 발표’에 따르면 공공부문 부채가 1078조 원을 기록했다. 현금 뿌리기 식의 복지 남발과 경기부양을 명분으로 한 정부의 씀씀이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올해의 부채 총계는 큰 폭으로 불어날 게 틀림없다. 최근 재정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의 2배를 넘을 정도다. 임계점을 넘기 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하루빨리 재정준칙을 마련해 고삐를 죄지 않는 한 조만간 재정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