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우려했던 대로다. 정부가 내놓은 12·16 집값 대책 불똥이 일주일 만에 전세시장으로 번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 발표 뒤 서울 강남 3구와 양천구 등 주요 지역 전셋값 호가가 1억∼2억 원 급등했고, 계약이 체결된 곳은 줄줄이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자사고·외고·국제고 전면 폐지 발표로 좋은 학군 수요가 증가한 상황에서 강도 높은 집값 대책이 나오자 대출이 막힌 매수 대기자가 일시에 전세시장에 가세하면서 전셋값이 폭등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1월 한 달 0.41% 올라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는데, 12·16 대책 발표 후 지난 1주일 동안에만 0.12% 추가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선 전세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추는 ‘전세 대란’ 양상도 보인다고 한다.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무주택 서민에게 전세금 폭탄과 고통만 안긴 꼴이다. 평생 모은 소득으로 집 한 채 일군 실거주자들은 이미 보유세 폭탄에 노출됐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세율과 공시가격을 동시에 대폭 올리기로 하면서 1주택자 보유세도 내년엔 상한선(전년 세금 1.5배)까지 급등하는 가구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세수(거래세+보유세+양도세) 비중(3.9%)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2위일 정도로 부동산 세금은 살인적이다.

여기에 여당은 종부세 강화 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세금 많이 거두려고 일부러 집값을 급등시킨 게 아니냐”는 항변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주택 소유자들은 보유세 때문에 집을 계속 갖고 있기도, 양도세 때문에 팔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무주택 서민들은 높아가는 집값과 전셋값에 2중의 피눈물을 흘린다. 반(反)시장 정책의 필연적 귀결이다. 이런데도 문 정부는 계속 우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