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서 급여를 받고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공직자에게는 민간 분야 종사자보다 훨씬 높은 사명감과 청렴성, 윤리적 기준 등 공적 의식(public mind)이 필수적이다. 업무 역량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직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탐관오리’다. 임명권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공직자로 기용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19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에선 이런 기본에 충실하기보다 ‘코드 및 선거 빚 갚기’ 측면이 두드러진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에 임명된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됐지만, 음주운전과 허위 해명 논란 등으로 낙마한 인물이다. 문 캠프에서 싱크탱크 부소장을 지낸 친문 인사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사립학교법·근로기준법·상속증여세법·공직자윤리법·소득세법 위반 의혹 등 공직자로서 부적합한 행태가 너무 많이 드러났다.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런 사람을 청문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다시 기용했다. 차관급이라고 하지만 장관에 비해 덜 중요한 자리도 아니다. 과거 결함을 상쇄할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내 편’은 끝까지 챙겨준다는 코드·오기 인사 아니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공직 부적격 판단을 내렸던 국회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임명된 최윤희 씨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한 수영 선수 출신으로 1980년대 현역 시절에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결혼 뒤 2001년부터 2016년까지 자녀 조기 유학을 위해 미국에서 생활했고, 귀국 다음 해인 2017년 대선 때 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지난해 서울올림픽 시설을 관리하는 공기업인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로 기용될 때도 경험 부족 등에 따른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그리고 1년 남짓 만에 문체부 차관이 됐다. ‘지지 선언’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수십 년 묵묵히 일해온 공직자들에 대한 모독도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정세균 국무총리 지명을 발표하면서 ‘통합과 화합’을 각별히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를 보면 입으론 그렇게 말하지만, 행동은 무조건 ‘내 편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