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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환 경제산업부 차장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라는 애국 마케팅으로 성장한 토종 배달앱 ‘배달의 민족’(배민)이 경쟁사인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팔렸다. 무려 4조7500억 원에 달하는 ‘빅딜’이다. ‘토종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이번 M&A는 그러나 몇 가지 찜찜한 뒷맛이 남는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배달앱 시장이 이번 M&A로 인해 사실상 ‘독점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계산한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이 55.7%, 요기요 33.5%, 배달통이 10.8%를 점하고 있다. DH가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내 배달앱 시장 전체를 DH가 독식하게 된 셈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이번 M&A 결정으로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국내 배달앱 시장은 독일 회사에 넘어가게 됐다.

독점시장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가격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아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해를 입히게 된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도 독점시장을 경계하는 이유다. 배민이 이번 딜의 의미를 “대형 정보기술(IT) 플랫폼들에 잠식당하기보다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한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독일 기업이 한국 시장을 보호해 줄 어떤 명분을 가졌는지 도저히 ‘이해 불가’다. 오히려 “1개사로 독점화된 배달앱 시장에서는 수수료 이 외에도 배달앱 사의 정보독점과, 원·부자재 시장 직접 참여 등 온라인 장악이 오프라인 시장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보독점으로 광고를 많이 한 업체 리스트 상위 등록과 ‘소비자 리뷰’ 등을 통해 소비자 품질평가를 왜곡할 수 있는 정보통제 등에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물론, DH 지분 13%를 거머쥐게 된 김 대표와 경영진이 향후 한국 내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DH의 한국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는 없다.

또 하나의 찜찜한 뒷맛은 이번 M&A를 정당화하기 위해 경쟁업체를 명확한 근거도 없이 비난한 배민의 행태 때문이다. 배민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딜의 한 요인으로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사의 거센 도전’을 꼽았다. 유통업계에서는 C사를 ‘쿠팡’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체불명의 관계자 멘트를 인용해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 왔다”고 비난했다. 일반적인 보도자료에서는 보기 힘든 ‘악의가 느껴지는’ 내용이다. 오히려 김 대표가 직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 발언에서 이번 M&A의 또 다른 면이 느껴진다. “대부분의 IT 분야가 그렇듯 배달앱 시장도 M&A가 일어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

이제 회사를 팔아도 될 때가 됐다는 얘기다. 단순 계산으로만 해도 김 대표와 경영진은 이번 M&A를 통해 6000억 원이 넘는 돈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시장과 시장 참가자 보호를 위해 독점 논란을 야기한 이번 M&A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를 매우 엄격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