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들러리 정당들이 추진해온 선거법 개정안이 진실의 순간에 봉착했다. 출발부터 정략의 산물이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군소 정당 의석수를 늘려주는 대신, 여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수사권 문제 등을 함께 처리하는 짬짜미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3개 안건은 개별로도 문제투성이였는데, 주고받기식 야합까지 한 것이다. 17일은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임에도 선거구 획정은커녕 선거제도까지 혼돈 상태다.

국회 본회의 처리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이른바 ‘4+1’ 협의체 내부에서도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당초 구상했던 당리당략이 실제 상황에선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 원안도, 4+1 협의체가 논의해온 수정안도 국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에 연동률 50%를 적용한 원안이, 지역구의 과도한 축소로 통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되자 지역구 250석(현재는 253석)+비례대표 50석으로 수정했다. 이번에는 민주당 몫 비례대표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비례 50석 중 절반 정도만 연동형으로 하는‘캡’을 씌우고, 나머지는 과거 방식으로 배분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여기엔 정의당이 불만이다.

선거 ‘룰’이 누더기와 야바위 판이 됐다. 심지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원안을 본인이 부정하는 일도 벌어졌다. 조정에 지친 민주당이 16일 “원안 표결”을 들고 나오자 심 대표는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런 자가당착(自家撞着)이 없다. 원안에 포함된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중진들 재선용”이라고 비판했다. 부도덕성을 자인(自認)한 셈이다. 더 한심한 것은, 심 의원도 과거엔 ‘거물 정치인 위한 보험’ ‘정치개혁 아닌 개악’ 등으로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런 선거법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원론적으로도 한국 정치 현실에 전혀 맞지 않고, 각론에서도 문제투성이인 선거법이 태어나서는 안 된다. 이와 맞물린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모두 깨끗이 철회하는 것이 정도(正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