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마지시 책임자 지목된 조국
직권남용 혐의 피하기 위해
거부권 대신 적극방어 가능성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처음으로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어떤 진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과 관련해 진술거부권을 행사해 왔지만,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감찰 무마 지시자로 조 전 장관을 지목하면서 이번 조사에서는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16일 법조계는 조 전 장관이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진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분석한다. 이날 오전 9시 30분 검찰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이 결정된 과정과 이유 등에 대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검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에 앞서 유 전 부시장이 재직했던 금융위원회의 최종구 전 위원장과 김용범(현 기획재정부 1차관) 전 부위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서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감찰 무마 배경을 둘러싸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퇴로’마저 막아놓아 조 전 장관도 직권남용 혐의를 피하기 위해선 다가올 조사에서 어떤 식으로든 진술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분석했다.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전 장관은 박 전 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3인 회의’에서 유 전 부시장 감찰을 중단하고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하기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직책상 감찰 무마 중단을 결정한 책임자라고 보고 소환 전부터 피의자로 신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이 “조 전 장관의 지시로 중단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백 전 비서관도 “조 전 장관이 감찰에 관한 의견을 물어와 의견만 전달했다”고 진술하며 책임을 조 전 장관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10월쯤 청와대 특감반으로부터 ‘유재수 비위’ 의혹을 처음 보고받고 즉각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며 유 씨의 감찰을 중단하고 비위 사실을 금융위에 통보해 자체 처리하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유 전 부시장은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15일 구속 만기를 이틀 앞둔 지난 13일 검찰을 유 전 부시장을 기소했다. 검찰이 이날 조 전 장관 조사를 통해 이른바 ‘더 윗선’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