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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달라진 ‘주장 선출’

감독지명보다 선수直選 많아져
한화 이용규 자율 투표로 선임
양의지·박해민도 선수들이 뽑아
SK·롯데는 감독이 주장 지명

주장은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 사이의 가교(架橋)다. 야구는 선수단 규모가 크기에 주장의 역할 역시 크다. ‘완장’엔 조건이 따라붙는다. 일단 기량이 뛰어나야 목에 힘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로부터 신뢰를 받고, 동료들로부터 존중받아야 임무를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 리더가 클럽하우스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팀 성적과 전력, 사기를 극대화할 수 있다.

과거엔 나이가 많은 최고참급이 ‘군기반장’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달라졌다. 상하의 ‘소통’이 중시되면서 중간 연차 선수들에게 주장이란 중책이 떨어진다. 올해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주장 중 NC 박민우는 26세, KIA 안치홍은 29세, 그리고 SK 이재원·롯데 손아섭·키움 김상수·LG 김현수는 31세다. 10명의 주장 가운데 30대 중반을 넘긴 선수는 KT 유한준(38)과 한화 이성열(35) 등 2명뿐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정된 시무식을 앞두고 주장을 선임하고 있다. 나이 외에도 달라진 게 또 있다. 주장 선출 방식이다. 과거엔 대부분 감독이 주장을 지명했지만 최근엔 선수단의 자율 투표로 뽑는 구단이 늘고 있다.

한화는 지난 7일 투표를 통해 내년 시즌 주장으로 이용규(34)를 선출했다.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감독이 주장을 지명했지만, 이번에 자율 선출을 도입했다. 한용덕 감독은 이용규의 주장 선출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수락했다.

NC는 마무리 캠프를 앞두고 내년 주장으로 포수 양의지(32)를 뽑았다. 역시 투표를 통해 뜻을 모았다. 선수들이 양의지에게 주장을 맡긴 건 기량은 물론 인성이 뛰어나기 때문. NC 관계자는 “양의지의 주장 선출은 소통과 배려를 강조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삼성의 박해민도 투표로 주장이 됐다. 박해민은 올해 타율 0.239에 그쳤다. 삼성 관계자는 “박해민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투지가 넘치고 화합을 이끄는 솜씨가 탁월하다”고 귀띔했다.

아직 주장을 정하지 못한 팀들도 직접 선출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감독의 직접 요청으로 주장을 선임했지만, 올해는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장 선임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표를 통해 뽑힌 주장은 더욱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목소리에 무게감이 실리고, 대표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는다. 물론 ‘유권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 마련이다.

반면 SK, 롯데 등은 여전히 감독이 주장을 지명한다. 투표로 인해 ‘잡음’이 일 수도 있기 때문. 자칫 선수단이 둘, 셋으로 쪼개질 수도 있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감독이 지명한 주장이 별문제 없이 팀을 이끌었기에 선출 방식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서 “선수단도 ‘절차’를 따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감독이 주장을 지명하면, 감독의 지시를 더욱 잘 이해하고 따른다는 이점이 있다. 감독의 신임이 두터운 선수가 주장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주장을 맡아 시즌을 마친 10명 중 7명은 야수다. SK와 삼성은 포수인 이재원과 강민호(34)에게 올해 주장을 맡겼다. 포수는 시야가 넓고, 포용력이 뛰어나다. 반면 키움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투수인 김상수가 팀을 이끌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