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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5때 작곡가 이인권에 레슨
이후 정종택 만나 앨범까지 내
1981년엔 강변가요제 장려상

지금까지 알려진 주현미의 데뷔연도는 1985년. 정규 1집 ‘비 내리는 영동교’를 발표했던 때다. 내년에 데뷔 35주년은 그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가수로서 주현미의 각별한 재능은 이미 10대부터 발휘됐다. 그는 14세이던 1975년에 앨범을 낸 적이 있다. 아직 소녀 티를 벗지 못했던 중2 때다.

“집안의 친척 아저씨가 오아시스 레코드에 있었어요. 그분이 우리 집안에 노래 잘하는 꼬마 가수가 있다며 주변에 소개해주셔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작곡가 이인권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았어요. 그러다가 이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작곡가 정종택 선생님을 만나 앨범을 내게 됐죠. 그게 사실상 제 첫 앨범인 ‘고향의 품에’(사진)입니다.”

‘고향의 품에’에는 동명의 타이틀 곡을 비롯해 ‘어제와 오늘’ ‘풀피리’ ‘피리 부는 목동’ 등 12곡이 들어 있다. 이중 정종택이 작사·작곡하고 주현미가 부른 곡이 6곡이다. 14세 중학생 소녀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우 성숙한 목소리가 깃들어 있다. 주현미 특유의 애절하면서도 담백한 목소리의 원형이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지금 앨범 표지 사진을 보면 웃음이 나와요. 당시에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가발을 쓰고 찍었거든요. 앨범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방송에도 몇 차례 출연했습니다.”

그러나 14세의 당돌한 도전은 거기서 잠시 멈췄다. 주현미는 화교 출신의 한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중앙대 약학과에 진학해 약사가 됐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타고난 끼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1981년 대학 동아리 밴드인 ‘진생라딕스’의 2기 보컬로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해 ‘이 바다 이 겨울 위에서’를 불러 장려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학 졸업 후 약국을 차렸으나 ‘쌍쌍파티’와 ‘비 내리는 영동교’의 히트로 결국 운명적으로 진로를 바꿨다.

“남산 아래 필동에서 약국을 했는데 정말 안 됐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가수가 될 운명이어서 그랬나 봐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