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 기후변화 청사진 발표
내년 중반까지 탄소배출 50%↓
전환 비용 1000억 유로 조성

英·佛 등 “원자력 제외 반대”
6월 이어 ‘녹색금융’합의 실패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1일 기후변화 및 환경 분야 청사진을 담은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마련했다.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0’로 만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러나 원자력 등을 친환경 에너지에서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프랑스, 영국, 체코 등 상당수 유럽국가가 반대,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전 유럽의 공통된 에너지 정책 도출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1일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이를 골자로 하는 유럽 그린딜 초안을 발표했다. 탄소 중립은 온난화를 유발하는 탄소 배출량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등 탄소 감축 및 흡수 활동을 통해 상쇄해 순배출 총량을 ‘0’으로 만드는 상황을 말한다. EU는 2050년까지 이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법안을 오는 2020년 3월에 제안하기로 했다. 이 법안은 EU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1990년 대비 40% 감축하는 현행 목표를 2020년 중반까지 50% 이상 달성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금융 상품에 대한 분류 규정인 이른바 ‘녹색 금융’ 합의에는 실패했다. 원자력과 천연가스 등을 녹색 투자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놓고 프랑스와 영국, 체코 등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전히 탄소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등도 반대에 가세, 총 9개국이 반대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체코는 탄소 중립에는 찬성하지만, 원자력 없이 이를 달성할 수는 없다고 본다”며 “EU는 원자력이 분명히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EU는 지난 6월에도 녹색 금융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합의 실패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회의(COP25)에 참가하고 있는 EU 측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그린 딜 초안은 유럽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초안에는 탄소 제로의 과정에서 타격을 받는 국가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350억 유로(약 46조3000억 원)의 녹색 경제로의 전환기금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U 집행위는 또 항공기와 배에 대한 면세를 철회하기 위한 에너지 관련법을 오는 2021년에 개정하기로 했다. 또한 오는 2021년부턴 농업정책 예산의 최소 40%, 어업보조금의 30%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투입된다. 유독성 가스 등을 배출하는 산업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4일 밝힌 대로 전환 비용을 위한 기금으로 1000억 유로(약 132조4000억 원)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 딜의 세부 내용은 2020년 말까지 만들어질 예정이다.

박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