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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워싱턴 특파원

‘김정은, 말을 타고 신성한 산을 다시 찾다. 전문가들 다음 행보 주목’ ‘김의 승마는 북한 ‘새로운 길’에 대한 전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인 리설주, 군 고위관계자들과 함께 말을 타고 백두산에 오른 일을 전한 미 주요 언론 기사의 제목이다. 미 정치권과 전문가, 언론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계산법’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자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삼지연 읍지구 준공식 참석과 백두산 등반 의미를 분석 중이다. 미 조야는 북한의 도발 시 강화될 대북 제재에 대비해 제재 구멍(Loophole)인 중국으로부터, 제재 대상에서 빠진 관광분야에서의 수입을 끌어올리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또, 주민 결속을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고 본다. 미국 조야는 이런 김 위원장의 행보를 2020년 대선에 목을 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도박으로 보고 있다. 실제 북한은 7일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의 ‘중대 시험’을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정치권과 전문가, 언론에 북핵 문제에서 김 위원장 다음으로 요주의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2020년 대선 승리를 위해 도박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우크라이나에 민주당 대선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수사를 압박해 탄핵조사를 자초한 일이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에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상식 밖의 행보를 재선용으로 보고 있다. 재선에 몸이 단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제 성적은 자랑거리지만, 외교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터키, 시리아 등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대면 수습은커녕 문제가 악화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일한 외교 성과는 김 위원장과의 3차례 만남과 핵·장거리 미사일 실험 중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내세우고 핵·미사일 실험이 없다고 자랑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 트위터에 “김 위원장은 (2020년) 11월 있을 미 대선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달래기에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조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대북 제재 완화로 북한에 사실상 핵보유국 승인이라는 선물을 안겨줄까 걱정한다. 이에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최대압박 2.0’ 보고서처럼 대북 제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견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대화 모멘텀 유지’에 공감했다지만 이는 대선까지 북한 비핵화가 아닌 북핵 관리를 하겠다는 뜻이자 문 대통령에게 ‘북한이 대선에 개입 못 하게 달래 달라’는 요구다. 역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원산·갈마 관광지구 공동개발 제안 등 북핵 관리 모드에 들어간 문재인 정부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가 반가울 수 있다. 하지만 선거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벌이는 도박은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가 환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외교 당국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라는 허언을 되뇔 때가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11일) 소집을 계기로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제재 카드를 벼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