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일까지 처리 방침속
오늘 오후 3당 원내대표 협상
타협 실패땐 극한 충돌 예고

심재철 신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놓고 협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패스트트랙 중단’ 요청을 반복하면서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상의 문을 열고 있다”며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지만 이날 오후로 예상되는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한국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을 경우 늦어도 10일 한국당과 상관없이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 처리 수순을 밟겠다는 방침이다.

심 신임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곧바로 여야 원내대표와 협상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예산안 처리 중단 등을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은 심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회동을 소집해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문 의장 측은 “지난 6일 3당 합의 직전까지 갔던 ‘예산안 및 민생 법안 처리 후 패스트트랙 법안 본회의 상정’이라는 방안에 대해 다시 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한국당 원내대표 선출 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협상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은 대화와 타협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고, 이 원내대표는 “성의 있는 대화를 통해 국회 전체의 합의로 확장할 수 있는 길이 없는지 반드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협상 진행 중에는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개최를 시도하지 않을 방침이다.

여야 모두 협상 의지를 밝히면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하루 안에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편이다. 특히 협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심 원내대표가 당내에서 패스트트랙 관련 여당과의 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당과 문 의장 측은 한국당의 ‘지연작전’에 휘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기국회 폐회일인 10일에는 예산안 등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국당에 줄 수 있는 시간은 하루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원활한 법안 처리를 위해 이날 오후 늦게라도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 협상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극한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정기국회 폐회일인 10일 예산을 처리하고 선거제도 개편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상정하면, 한국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가 끝나면 민주당은 11일부터 초단기 임시국회 소집을 통한 법안 처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채·김현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