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걸린 ‘검사선서’가 유리창 너머로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서대문구 경찰청 로비에는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홍보물이 설치돼 있다. 김낙중·김호웅 기자

당시 경찰내부서도 비판 목소리
수사개입목적 교체땐 직권남용
警,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
檢, 뇌물수수 등 불기소·무혐의
오히려 고발인 사기혐의로 기소

黃 “수사팀 교체 허위보고때문”

‘청와대 하명 수사’ 논란의 중심에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겨냥하고 있는 검찰 수사팀이 황 청장 부임 직후 새롭게 구성된 경찰 수사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가 무리하게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 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에 부임한 직후 김 전 시장 관련 수사팀을 교체하고 관련 수사 속도를 크게 끌어올리며 경찰 내부에서마저 “청장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전격적으로 교체된 상황에 주목, 황 청장 선에서 수사에 특정한 의도가 개입됐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관련자들에 대한 대규모 소환에 나서는 등 수사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당시 울산 경찰 내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수사를 하는 게 맞느냐”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시 황 청장이 사건의 세부적인 것까지 챙기면서 수사 실무자들의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결국 한 경찰관이 수사의 문제점을 울산지검 관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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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경찰이 김 전 시장에 대한 수사를 둘러싸고 처음으로 공개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2018년 3월이었다. 2017년 10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청와대 문모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비위 제보를 올려 보낸 지 5개월여 만이다. 최초 김 전 시장 비위 첩보 제보자로 지목된 송 부시장은 청와대 제보 두 달 뒤인 12월과 2018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경찰에 출석해 김 전 시장 측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2018년 3월부터 김 전 시장 측근 등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고 김 전 시장은 그해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 도전에 실패했다.

송 부시장이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시장 측 비위는 김 전 시장의 동생이 연루됐던 울산 북구의 아파트 신축사업 관련 사건이었다. 울산지역 건설업자 김모 씨는 김 전 시장의 동생 김모 씨가 아파트 시행권을 대가로 30억 원을 요구했다며 관련 내용을 두고 2016년부터 울산 검경에 수차례 고발을 제기했다. 건설업자 김 씨의 고발에도 지지부진하던 경찰 수사는 황 청장이 2017년 10월 수사팀을 전격적으로 교체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속도를 냈다. 2017년 9월 건설업자 김 씨가 “울산시청과 북구청 공무원들이 공모해 아파트 신축사업을 부당하게 승인했다”며 공무원 15명을 고발하면서 그가 고발장에 끼워 넣은 것으로 알려진 용역계약서가 화근이 됐다. 황 청장은 “계약서가 이미 있다고 들었는데 왜 (없다는) 허위보고를 했느냐”며 전임 수사팀을 크게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청장은 한 울산경찰청 간부로부터 용역계약서가 존재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경찰의 김 전 시장 측에 대한 기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오히려 해당 사건을 맡았던 경찰 수사팀 관계자가 김 전 시장의 동생 김 씨를 고발한 건설업자와 유착관계에 있던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특히 해당 경찰관은 2017년 4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535차례에 걸쳐 건설업자와 통화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측을 고발한 건설업자와 경찰관을 각각 사기와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희권·김온유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