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근무 금지규정 이달말 공포
주간작업땐 교통체증·악취민원
지자체들 ‘인력 충원 부담’꺼려
광역소각장 가동시간 조정 과제
미화원들도 수당 줄어들까 걱정

위험한 환경미화원의 밤샘근무를 못 하게 하는 강제규정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6일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의 안전기준을 명시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제16조 3 신설)’이 최근 입법예고 등 행정절차를 마쳐 이르면 이달 말 공포될 예정이다. 개정령안이 공포되면 전국 시·도 광역단체장은 환경미화원의 ‘주간작업’을 조건으로 한 작업환경을 점검해 매년 6월 말까지 환경부 장관에게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이 같은 안전기준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청소업체와 지자체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환경미화원은 주간근무 전환을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운행 중인 청소차 발판에 올라타는 것도 안전기준 위반이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올해로 25년째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이모(56) 씨는 “낮에 쓰레기를 치우게 되면 교통체증으로 청소차 운행에 어려움이 있고, 쌓아둔 쓰레기에서 구더기도 발생해 민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인 지금의 근무시간이 주간으로 바뀌면 야근수당을 받지 못해 급여가 줄 것도 걱정했다. 반면 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11개월 된 김모(50) 씨는 아직도 밤샘근무가 적응이 안 돼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육군 부사관으로 예편해 체력에는 자신 있었지만 밤일을 계속하다 보니 혈압도 높아졌다. 김 씨는 “안전화와 안전조끼, 장갑 등 보호장구를 착용해도 ‘졸음’은 막을 수 없다”며 주간근무 전환을 바랐다.

민간 청소업체에 생활폐기물의 수집·운반을 위탁하고 있는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이들이 고용한 환경미화원의 주간근무 전환을 공감하면서도 막상 바뀐 규정을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두 손을 놓고 있다. 주간근무 전환을 위해서는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3∼4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광역소각장 시설의 가동시간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금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조례로 일몰 후 쓰레기를 내놓도록 하고 있어, 낮에 수거할 경우 악취 발생에 따른 민원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지자체는 환경부에 강제규정 시행을 1∼2년 미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서울 도봉구와 경기 김포시가 유일하게 환경미화원의 주간근무를 시행하고 있고, 인천 연수구와 경기 수원시가 내년도 법 시행에 맞춰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한편 최근 3년간 전국에서 1822명(사망 18명 포함)의 환경미화원이 안전기준을 지키지 않아 작업 도중 다치거나 사망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