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자본 흐름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이 줄을 잇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른 속도로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가 이달 4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이어지면서 매도 금액만 5조 원에 이른다. 단기 등락은 있겠지만, 이탈 추세는 뚜렷하다. 원화 가치도 떨어지고 있다. 11월에 하락 경향으로 돌아선 뒤 12월 들어선 달러당 1200원 선을 앞두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자본 탈출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우리와 수출 구조가 비슷한 대만의 경우 11월 한 달 간 외국인의 주식시장 순매수 금액이 10조 원을 넘는다.

국내 기업들의 ‘코리아 엑소더스’는 외국 투자자들보다 훨씬 앞서 시작됐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2분기 해외 직접 투자액은 150억 달러를 넘어서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치다. 2분기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가 전년 대비 38.1% 줄어든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해외의 평가도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낮추기 시작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쯤 되면 ‘경제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현 정부의 경제 인식이 시장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앞뒤 안 보고 밀어붙이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친노조 일색의 노동정책, 법인세 인상 등의 기업 옥죄기 등이 바로 국내 기업이나 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한국을 등지게 한다. 경제 현상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하지만, 투자자들의 한국 엑소더스를 부르는 가장 큰 배경은 이런 ‘문재인 리스크’임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