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 논의가 더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다. ‘비례성 강화’ 명분으로 추진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제도 자체로 한국 실정에 맞지 않고 위헌 소지까지 있는 데다, 공직자범죄수사처 및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짬짜미한 것은 물론, 패스트트랙 절차에도 불법 사·보임 및 당규 위반 논란이 겹쳤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군소 야당들의 비례대표 규모와 연동률 조정 등을 보면 이미 야바위 수준으로 전락했다. 비례성 운운은 허울일 뿐이고, 군소 야당의 의석 확대와 보수 정당의 국회 과반 의석 봉쇄가 근본 목적으로 비칠 정도다.

그런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온갖 새로운 땜질식 절충안이 나와 유권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4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협의체를 가동해 선거법과 예산안, 공수처 및 수사권 법안을 최종 조율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을 중심으로 연동율을 조정하는 안(案)에 접근했다고 한다. 현재 패스트트랙 안건의 ‘225석+75석’안에서 지역구를 대폭 늘리고, 줄어든 비례대표를 연동 률 조정으로 맞추려는 것이다. 많이 줄어들게 돼 있던 호남 지역 선거구는 유지되고, 정의당도 어느 정도의 의석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패스트트랙 정당’ 내부에서는 한국당이 협상에 응할 경우, 연동율을 50%에서 30%로 다시 낮추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쯤되면 제도 자체를 게리맨더링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개별 선거구 획정 차원의 게리맨더링보다 훨씬 사악한 정치다. 지역구 250석이면 현행 253석과 별 차이도 없다. 그러면서 선거법을 누더기로 만들고, 유권자들은 의석 배분이 어떻게 될지도 알기 어렵다. 이런 선거법은 결코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제1 야당이 반대한다면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