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한껏 높인 가운데 미 행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 규탄 성명에 불참하는 양동작전을 구사했다.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왔지만 대화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벨기에,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6개국은 4일(현지시간) 비공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 직후 “11월 28일 발사를 포함해 계속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6개국은 “북한은 지난 5월부터 핵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13번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며 “이런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번 성명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로키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은 6개국의 성명에 이어 유엔 안보리가 오는 10일 ‘북한 인권토의’를 추진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이날 안보리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루는 어떤 회의도 심각한 도발”이라며 “안보리가 북한 인권토의를 밀어붙인다면, 한반도 상황은 다시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4년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내년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사드 갈등으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완전히 복원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사드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는 중국이 한국의 미국 중거리미사일 배치 금지 약속 등 또 다른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주·정철순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