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무기 폐기를 둘러싼 협상이 사실상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김정은을 2년 전 유엔 연설 때처럼 ‘로켓 맨’으로 지칭하면서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바란다” “ 김정은과 좋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등의 단서를 달았지만, 동시에 비핵화 합의에 진전이 없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도 있다”고 했었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화염과 분노’ 전략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삼지연행을 보도하면서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지는 미국에 달렸다”며 무력 도발을 암시하자,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한의 태도라고 맞받아친 것이다.

미·북의 이런 말 폭탄은 북한이 자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둔 상태에서 벌이는 기싸움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의 탄핵보고서 등으로 인해 대선 정국이 불리해진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충격적인 군사 옵션을 택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이런데도 한국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년을 복기해보면 애초에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 문 정부가 북한의 대변인인 양 비핵화 진정성을 국제사회에 홍보하는 사이,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전선 균열을 꾀하려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했고 제재 완화에도 성공했다. 이 와중에 한·미간 대북 정책 차이로 동맹 균열이 깊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이 없을 경우 주한미군 감축도 불사하겠다는 발언까지 하는 형국이 됐다.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대북 환상에서 벗어나 안보 위기 해소를 위한 동맹 강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