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 주포 한동민이 지난달 2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명상에 빠져 있다.

- SK 프로야구 최초 도입 ‘명상 훈련’

작년 2군서 시행후 “효과” 결론
지난달엔 1군 대상 2차례 실시
반신반의 선수들 “피로 풀려”

선발 박종훈 2017년 명상 입문
생애 첫 두자릿수 승수 ‘효험’

‘명상 전도사’로 유명한 박찬호
“온몸서 엄청난 에너지 만들어”

야구는 종목의 특성상 자주 끊긴다. 투수가 공을 던진 뒤 다음 투구를 할 때까지 짧게나마 시간적인 공백이 생긴다. 타자가 안타를 치거나, 아웃되면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까지 역시 ‘볼 데드’ 상태가 된다. 9회까지 진행되고, 중간중간에 셀 수 없이 자주 끊기기에 야구경기는 3시간 30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 이렇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경기 내내 잡생각이 유혹의 손길을 뻗고, ‘깜빡’하는 사이 정신적인 컨디션이 무너질 수 있다. 긴장의 끈을 잠시나마 놓치면, 타석에선 삼진으로 아웃되고 마운드에선 실투하기 마련.

프로야구 SK가 정서적인 안정,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명상이다. SK는 지난달 26일과 29일, 1군 선수들을 대상으론 처음으로 홈인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명상훈련을 실시했다. 명상훈련은 이정훈 행복날개수련원 사범이 담당한다. 이 사범은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면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선수들이 명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고 전했다.

SK는 지난해부터 2군에서 명상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2군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까지 명상의 세계에 빠졌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려 명상을 1군 훈련 프로그램 중 하나로 편성했다.

2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명상훈련을 마친 외야수 김재현은 “생각이 많다 보니 불면증에 시달렸다”면서 “명상을 하고 나니 마음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투수인 서진용과 박민호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명상으로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몸은 가벼워진 것 같다”면서 “짐을 던 것 같은 느낌이어서 마음은 물론 몸도 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포인 한동민은 올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지난해 타율 0.284, 41홈런, 115타점을 쓸어담으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앞장섰지만 올해는 타율 0.265, 12홈런, 52타점으로 성적이 뚝 떨어졌다. 한동민은 “명상은 처음이라서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눈을 감고 나 자신의 내면으로 빠져들다 보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면서 “명상은 특히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상은 승부, 슬럼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그래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1970년대부터 ‘멘털 트레이닝’에 공을 들이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아 특급’으로 불렸던 박찬호는 명상 전도사로 꼽힌다. 박찬호는 경기 중간중간 명상으로 마음을 가라앉혔고, 은퇴한 뒤에도 명상을 즐긴다. 박찬호는 “명상은 온몸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면서 “명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됐고, 초심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SK에서 투수 박종훈은 명상 효험 입증 사례로 꼽힌다.

박종훈은 마음을 다스리면서 A급 투수로 발돋움했다. 박종훈은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면 30분 전 더그아웃으로 나와 10분간 명상에 빠진다. 박종훈은 2017년 명상의 세계로 들어섰고, 그해 12승 7패, 평균자책점 4.10을 올렸다.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 박종훈은 지난해에는 14승 8패, 평균자책점 4.18로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고 올해는 처음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3.88)을 유지했다. 박종훈은 “명상은 훈련과 함께 일상이 됐다”면서 “명상은 나를 돌아보고 나를 지켜준다”고 강조했다.

SK 구단은 명상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K 관계자는 “마운드에 오르고,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극도의 흥분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명상을 통해 경기 중 평정심과 긍정적인 마음 자세를 유지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 글·사진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