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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혼얘기 그만하자” 솔직하게 마음 표현하세요

▶▶ 독자 고민

40대 남성입니다. 친한 친구가 이혼 후 제가 사는 동네 근처로 이사 왔습니다. 자주 만나게 되는데 늘 전 배우자에 대한 험담과 자신의 신세 한탄만 늘어놓습니다. 처음에는 잘 들어줬는데 반년 넘게 매번 같은 이야기만 듣다 보니까 이제는 힘이 들고 한심한 생각까지 듭니다. 그 이야기만 나오면 ‘이제 좀 그만해!’라는 소리가 맴돌지만 관계가 불편해질까봐 참습니다. 그 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으면서도 좀 더 편하게 만날 수 없을까요?

▶▶ 솔루션

먼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 친구에게 솔직히 이제 이혼 이야기는 듣는 게 나도 힘드니까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뭐가 염려되세요? 그 친구의 기분이 상할 것 같나요? 그럴지 안 그럴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보죠. 만약 그 친구의 기분이 상한다면 뭐가 염려되세요? 친구의 기분이 풀어지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계속 관계가 불편해질 것 같나요? 그렇다고 해보죠. 만약 이렇게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말한 것 때문에 계속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나는 이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과연 좋은 친구라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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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편안함입니다. 좋은 친구 앞에서 우리는 가식 없이 자기 본연의 모습대로 존재하고,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친한 관계는 노동이 아니라 여가와 같아야 합니다. 공감이 되지 않으면 억지 공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억지 공감은 친밀함을 유지하기는커녕 친밀함을 갉아먹습니다. 친구의 문제가 아니라 사연을 주신 분이 지쳤기 때문에 친구가 더 싫어지고 한심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 끝은 무엇일까요?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 답은 솔직한 자기표현입니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고 하더라도 내가 내 마음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상대는 잘 모릅니다. 이때 자기표현의 핵심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중하게 표현하는 것’에 있습니다. 고민을 올린 분께서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한심한 사람이라고 규정짓고 싶나요? 만나지 말자는 것인가요? 이혼 이야기보다 좀 더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야! 할 말이 있어. 이혼 이야기를 듣는 게 이제는 좀 지친다. 난 우리가 만날 때 좀 더 편안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 물론 솔직한 이야기 때문에 친구와의 관계가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중한 표현이라면 그 불편함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곧 회복됩니다. 오히려 미안해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관계란 상대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지만 내 마음도 헤아려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상대에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