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영화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언행일치의 삶)’ 시사회에서 김희중 대주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이뤄질까

김희중 대주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 방문을 꾸준히 추진했다.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김 대주교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북 관계가 호전되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북측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문제가 미·북 회담을 통해 체제를 보장받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보이는데 교황을 초청할 수 있는 여유가 지금 당장은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북측에서 초청한다면 기꺼이 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교황께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천주교 신자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교황께서 방북하신다면 북한 당국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교황이 방문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야 한다.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김 대주교는 첫인상 그리고 만나본 소감을 이렇게 정리해줬다.

“소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종단 수장이 김 위원장과 사진을 찍으러 가자고 해서 식사 중이라 적절치 않다고 거절했지만 계속 채근해 무례를 무릅쓰고 다가가 사진 촬영을 요청했더니 식사 중인데도 일어나 쾌히 응해줬습니다. 그 기회에 다른 정치인들도 우리 덕분에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그리고 백두산 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몇 분이 사진을 찍는데 찍어줄 사람이 없어 다른 사람을 부르고 있을 때 김 위원장 주위에 북측 장성들과 고위 당직자들이 둘러서 있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다가와 ‘사진기 주라요. 사진 찍어줄 테니까’라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측 모 장관이 황급히 달려와 ‘아니올시다!’하며 만류한 적이 있습니다. 북측에서는 감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그런 상황에서 스스럼없이 나서는 모습이 어쩌면 스위스에서의 오랜 유학생활과 관련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김 대주교는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많이 봤고, 100만 대가 보급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어차피 미국 쪽으로 쏠리게 돼 있고, 미국이 조금 더 대범한 입장에서 남북 간 교류를 이끌어가면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이 ‘자본의 맛’을 전략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말도 했다.

이경택 문화부 부장 ktlee@munhwa.com